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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국내 증권사는 삼성에 우호적인 내용의 리포트를 쏟아내던 터였다. 하나같이 합병이 불발되면 주가가 급락할 수 있고, 그건 곧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주장과 달리 합병 불발이 삼성물산의 소액주주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았다.
실제로 국민연금을 비롯해 국내 기관들의 찬성표와 삼성의 적극적인 소액주주 회유책에 힘입어 삼성은 자신이 원하는대로 합병안건을 통과시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삼성이 합병 찬성에 환호했던 그날,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의 주가는 증권사들의 예상과 달리 급락했다. 삼성물산 주가는 10% 이상 급락했고, 제일모직도 8% 가까이 주가가 빠졌다. 17일 삼성의 합병 승인 발표가 나온 이후 주가는 더 떨어졌다. 증권사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삼성중공업은 해외 프로젝트에서의 손실로 1조원대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분석이 겹쳐며 12.39% 급락했고,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엔지니어링, 크레듀 등이 모두 하락했다. 삼성전자(1.79%)와 제일기획(1.08%), 삼성증권(0.71%)만 약간 상승했다.
물론 ‘경영권 분쟁’이라는 재료가 소멸되면서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이 많았을 가능성이 크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재료가 소멸되면서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이 투매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외국인이 148만9000주를 하루만에 순매도했다. 제일모직 역시 외국인이 17만9000주를 팔아치웠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난 5월27일 외국인들이 215만8000만주를 순매도했던 이후 가장 많은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이날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이사회를 통해 전격적으로 합병의 결의한 다음날이다.
결국 외국인들의 매매패턴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가시화될수록 매도세가 많아진다는 공통점을 갖는다는 뜻이다.
합병이 불발되면 주가가 급락할 것이라던 국내 증권사들의 주장과 반대로 국내 기관들도 매도에 합류했다. 합병이 성사된 17일 국내 기관들은 삼성물산 83만주, 제일모직 28만9000주를 각각 순매도했다.
20일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에 대한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는 지석됐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물산 주식 30만1000주를 순매도했다. 제일모직은 4만9000주 순매도다. 기관 역시 삼성물산 12만9000주, 제일모직 3만8000주를 각각 순매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아직 조심스럽긴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도는 삼성의 불확실한 지배구조에 대한 실망감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무슨 일이 있어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지배구조를 만들어가는 회사라는 인식이 외국인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만약 외국인이 추가적인 매도 물량이 계속 나올 경우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전체에 의구심을 가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삼성의 CEO를 지냈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이번 일을 통해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희생시키는 행위에 대해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면서 “향후 삼성은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달라진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19일 “뉴 삼성물산은 바이오 등 신성장동력 확보를 통해 2020년 매출 60조원, 세전이익 4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평균 성장률이 10.2%에 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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