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세형 기자]통상임금 이슈가 상장사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이 난 이래 벌써부터 통상임금 관련 추가비용을 실적에 반영하는 상장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제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자칫 실적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강원랜드와 파라다이스 등이 지난해 결산을 진행하면서 통상임금 소송 관련한 충당금을 쌓거나 비용으로 처리했다.
삼성중공업은 업계 추산으로 1500억원 가량을, 강원랜드는 542억원을 반영했다. 동종 카지노 업체인 파라다이스 역시 통상임금 관련 소송금액 113억원을 기타비용에 반영했다.
통상임금 관련 비용을 실적에 반영하자 이들 기업의 실적도 기대보다 덜 나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4.2% 줄어든 9142억원으로 4년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밑돌았다. 삼성계열사 실적 쇼크의 큰 요인으로 꼽히는 삼성그룹 신경영 20주년 특별상여금에 더해 통상임금까지 실적을 압박했다.
강원랜드는 통상임금 이슈로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라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랜드는 4분기 영업이익을 414억원으로 보고 했는데 분기의 절반 넘는 영업이익이 사라진 셈이다. 414억원은 전년동기보다 44.8% 줄어든 수치다. 파라다이스 역시 비용처리하면서 순이익이 시장기대치를 밑돌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 등은 통상임금”이라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노사 간 합의는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만큼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같은 판결이 나오면서 산업계는 물론이고 증시에서도 실적에 미칠 영향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현대차의 경우 통상임금 이슈로 목표주가를 낮추는 애널리스트도 나왔다.
대부분 상장사가 아직까지 통상임금 판결 관련 추가 비용을 실적에 계상하지 않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실제 실적에 반영하면서 앞으로 다른 상장사들도 반영하는 것도 불가피해졌다.
올해 임금단체협상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이번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반영시키고 소급적용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고 경영계도 이에 맞서 불법에는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통상임금 이슈가 큰 골칫거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강원랜드는 어닝쇼크를 냈지만 본업은 오히려 호평을 받았고, 이미 지나간 이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비용이 늘어나니 좋을 리는 없지는 관건은 규모가 얼마나 되느냐”라면서 다만 “강원랜드 사례를 감안해도 그렇고 일회성 비용이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작용하면서 증시 자체에 큰 부담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