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이데일리 김경민 특파원] 중국이 1979년부터 지켜왔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을 사실상 폐기하면서 ‘‘소황제(小皇帝·과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독자) 시대’도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오히려 ‘둘째 소황제’ 시대가 활짝 열려 잠자던 중국 소비 시장을 깨울 것이라는 희망에 들떠 있다.
둘째 허용에 연 100만명 신생아 더 태어날 듯
중국 공산당은 얼마 전 열린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산아제한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앞으로 각 가정에 한 자녀로 제한해온 것을 부부 중 한 명이 독자이면 두 자녀까지 허용하기로 한 것. 현재 결혼연령대가 대부분 한 자녀 정책으로 태어난 독자인 만큼 사실상 한 자녀 정책이 폐지되는 셈이다.
아직 시점이나 범위와 같은 시행 세부사항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빠르면 3개월 안에 시범 시행될 전망이다. 현행 규정상 각 지역의 출산 정책은 3개월에 한 번씩 열리는 각 지방 인민대표대회에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 지역이 한 자녀 정책 완화를 선포했고 베이징, 상하이, 쑤저우, 허난 등에서도 시행을 적극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중국 사회과학원에서는 연간 최소 약 100만명의 신생아가 더 태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태어난 중국 신생아 수가 1638만명임을 고려하면 약 6%가 늘어나는 수치다. 일각에서는 1000만명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이미 산아 제한이 완화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는 다소 지나친 해석이라는 판단이다.
잠자던 中 소비시장 깨어난다..저축률 하락할 듯
정책 변화로 가장 기대되는 것은 소비 확대다. 특히 중장기적으로 2~3선 도시의 소비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중국 인민대학 설문조사에 따르면 베이징이나 상하이, 심천 등 1선 도시에 거주하는 부부의 상당수는 높은 주거 비용과 교육 비용을 부담스러워해 둘째 출산을 다소 망설이고 있다. 이에 1선 도시보다는 2~3선 도시의 실제 출산율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수혜 산업은 유아 산업이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중국 유아시장이 오는 2015년까지 연간 17%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자녀 출산 허용으로 유아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도시화와 중산층 성장으로 선택적 소비재 관련 시장이 관심을 끌었으나, 신생아 증가로 필수 소비재의 중요성도 다시 높아질 전망이다. 신생아 출산 증가는 일차적으로 출산 의료·약품, 분유, 기저귀 등 유아식품과 용품의 시장 확대로 이어진다. 아울러 사교육과 애니메이션 등과 같은 유아 교육 시장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중국의 높아진 소득 수준을 고려하면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보유한 소비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전망이다. 또 공적인 사회 안전망을 보완하기 위해 보험이나 연금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가계 저축률은 점차 떨어질 전망이다. 중국 경제 데이터 제공기관 CEIC 자료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숫자가 작은 도시일수록 저축이 많다. 부양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가계의 저축률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용어> 소황제(小皇帝): 어린 황제라는 뜻으로 중국 도시에서 과보호를 받으며 자라는 독자를 일컫는 말. 중국 특유의 산아제한정책과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의 여파로 생겨났으며 특히 도시사회에서 그 경향이 심하다. 중국에서 외동 아이는 과보호 대상이 돼 단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성인이 되어서도 노동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등 부작용이 많아 사회 문제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