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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코 성형 도중 제 몸에 '거즈'를 넣고 봉합했습니다"

이선영 기자I 2022.02.07 13:58:18

法, 1심 무죄 뒤집고 벌금형 선고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성형수술 도중 환자의 몸에 거즈를 넣은 채 봉합한 혐의로 기소된 의사가 6년여의 재판 끝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재판장 양경승)는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성형외과 의사 A(56)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015년 8월 자신이 운영하던 서울 소재 성형외과에서 태국인 B(36·여)씨의 코 성형수술을 하던 중 왼쪽 갈비뼈에서 연골을 채취하다가 그 안에 거즈를 넣은 채 그대로 봉합해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수술을 마친 B씨는 태국으로 귀국한 뒤 왼쪽 갈비뼈 부위가 붓고 온몸에 통증이 계속되자 수술 2주 만에 현지 병원에서 상처 부위를 국소마취하고 고름을 뽑는 처치를 받았다.

그럼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자 B씨는 열흘 뒤 다른 병원을 방문했고, 이 병원에서 갈비뼈 부위에 있던 거즈를 발견했다. 제거 수술을 받고서야 B씨의 상태는 차츰 호전됐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재판에 넘겨진 A씨는 “B씨를 수술할 때 왼쪽 연늑골을 채취하는 시술을 했지만, 이 과정에서 거즈를 사용하지도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연골을 채취하는 시술의 샘플 동영상에서 거즈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점, B씨의 몸에서 발견된 거즈와 A씨 병원에서 평소 사용하는 거즈의 규격이 일치하는지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B씨가 방문한 첫 태국 병원에서 국소 마취를 통해 작은 피부 절개만 한 점, 거즈를 사용하지 않는 영상은 다른 환자의 영상일 뿐이라는 점을 들어 의료사고는 A씨의 과실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거즈가 수술 과정에서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의 왼쪽 늑골 부위 내부에 방치됐고, 피고인의 과실로 피해자가 상해를 입었다”며 “A씨의 의료과실 정도와 피해자의 상해 정도가 가볍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범죄행위를 부인하면서 현재까지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A씨 측은 “태국 병원이 검찰의 요구에도 의무기록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항소심에서 새로운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는데도 유죄로 결과가 뒤집혔다”고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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