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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겨울 앞두고 코로나19 확진 '美 추월'…"심상치 않네"

방성훈 기자I 2020.10.15 11:36:28

유럽 신규 확진자 100만명당 152명…또다시 美 추월
다시 문 걸어잠그는 유럽…비상사태 선포 등 속속 대응책 발표
“봉쇄령 해제·경제활동 재개 서두른 것이 원인”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급증해 지난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추월했다. 겨울을 앞두고 바이러스 재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일부 국가는 지난봄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경을 걸어잠그는 국가도 재등장했다. 아직까지는 경제 피해를 감안해 전국적인 봉쇄령은 피하는 모습이지만, 현재와 같은 확산 속도라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유럽 신규 확진자 100만명당 152명…또다시 美 추월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과 영국에서 지난 5~12일 발생한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수는 7만8000명으로, 인구 100만명당 152명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의 하루 평균 신규 감염자 수는 4만 9000명으로, 인구 100만명당 15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프랑스, 스페인, 네덜란드, 벨기에, 영국은 일평균 신규 확진자가 100만명당 250명이 넘어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상당 국가에서 지난 3~4월 이후 가장 많은 신규 확진자 수를 기록했다.

WSJ은 “유럽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미국을 다시 앞지른 것은 지난봄 이후 처음”이라며 지난 6월말 미 플로리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이른바 선벨트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이 급증했을 때와 유사한 대규모 신규 확진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프랑스에서 최근 1주일 간 인구 10만명당 182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새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영국은 158명, 스페인은 151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같은 기간 미국에서 10만명당 110명의 신규 확진자가 보고된 것과 비교하면 최근 유럽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빠르다는 분석이다. 세계보건기구(WTO) 역시 지난주 유럽 대륙에서 70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면서, 이는 전주 52만명보다 36% 급증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감염병 경제학자인 플라비오 톡스버드 교수는 WSJ에 “확진자 수 측면에서 티핑 포인트(임계점)에 도달한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다시 문 걸어잠그는 유럽…비상사태 선포 등 속속 대응책 발표

이처럼 유럽에서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각국 정부는 속속 대응 조치를 내놓기 시작했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일부 지역엔 봉쇄령을 내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감염 제2의 물결 한가운데에 있다. 행동에 나서야 하는 단계”라며 늦은 시간 식당을 찾거나 다른 사람의 집에 방문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 9개 주요 도시에서 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를 어길 시엔 135유로(약 18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하며, 이달 17일부터 최소 4주 동안 이러한 조치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에 앞서 프랑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17일부터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다시 선포하기로 의결했다.

스페인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수도인 마드리드의 경우 시(市) 경계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포르투갈은 비상사태보다 한 단계 높은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추진하고 있다.

영국도 2차 확산이 가팔라지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12일 3단계 방역조처들을 발표했다. 영국에서 가장 엄격한 코로나19 조치를 내놓고 있는 북아일랜드는 2주 동안 학교를 폐쇄하기로 했다. 술집, 식당에선 4주간 취식을 금지하고 테이크아웃만 허용하기로 했다. 독일은 마스크 의무화 지역을 확대했으며, 이탈리아는 이날부터 한 달 동안 파티 및 아마추어 스포츠 활동을 금지하고 음식점 영업도 자정까지만 할 수 있도록 했다.

체코 역시 코로나19 확산이 정점에 달했던 지난 3월과 마찬가지로 국경을 봉쇄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또 6명 이상의 모임을 금지하고 학교와 술집, 클럽은 내달 3일까지 문을 닫도록 했다. 음식점도 오후 8시까지 포장·배달만 허용했다. 네덜란드는 앞으로 4주 동안 야간에 식당과 술집 영업을 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식료품 가게의 주류 판매도 8시 이후엔 금지토록 했다.

프랑스 내 한 가족이 14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인터뷰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AFP)
◇“봉쇄령 해제·경제활동 재개 서두른 것이 원인”

유럽 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급증은 지난여름 경제 활동을 급격히 재개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4월 코로나19 감염자 수가 폭증했던 유럽은 확진 사례가 줄어들자 경제 활동을 서둘러 재개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3월 24일 국가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가 7월 10일 종료했다. 이 기간 중 두 달 동안은 프랑스 전역에 봉쇄령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부터 지역별 코로나19 확산 수준에 따라 위험등급을 나눠 각 단계에서 따라야 하는 조치를 마련했는데 되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WSJ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가간 일관되고 명확한 지침도 없고, 각국 지도자들은 지난봄 겪었던 경제적 고통을 피하기 위해 여전히 바이러스 집중 발생지를 중심으로 표적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NYT도 “유럽 각국 정부가 올 봄 경제 활동을 마비시켰던 전면적 봉쇄조치를 위해 기업과 학교 운영이나 여행의 제한적 허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그게 불가능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인구 100만명당 하루 사망자 수는 미국이 최근 일주일 평균 2명을 기록해 유럽(1명)을 두 배가량 앞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를 두고 유럽에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망 우려가 큰 고령층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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