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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공단 삼성 반도체백혈병기금 390억 건물 매입…임이자 "부적절 지출"

김소연 기자I 2020.10.13 11:20:40

기금 500억원 중 390억원 건물 매입에 지출
삼성, 반도체 피해보상·산재예방 인프라 구축 기탁
임이자 의원 "산재 예방 아닌 건물 매입에 쓰여" 비판

[이데일리 김소연 기자] 안전보건공단이 삼성전자가 백혈병 피해자 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과 협의해 출연한 500억원의 기금 중에서 78%인 390억원을 건물 매입에 쓰기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산업재해 예방을 목적으로 삼성전자가 기탁한 기금이 본래 취지와 달리 건물 매입에 쓰여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이데일리 DB
13일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은 ‘삼성전자 발전기금 사용계획’에 따르면 공단은 기금 500억원 중 건물매입 등에 39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그외 장비 및 부대시설 구입에 60억원, 제세공과금·기타비용에 52억원을 지출할 계획이다.

공단은 업종분포와 접근성 등을 고려해 내년 수도권에 ‘미래전문기술원’을 개원하기로 했다. 기존 건물을 매입해 전자산업 화학물질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정보, 건설현장 위험정보 등 표출을 위한 스마트 안전보건 상황실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복합 화학물질 위험분석실, 산재예방정보 빅데이터 분석·운영실 등을 구성할 예정이다.

공단은 건물 후보 지역에 대해 분당, 판교, 광교 등 수도권 지역을 우선 물색 중이다.

임 의원실에 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6월 기본 계획 수립 뒤 후보 건물 24곳을 검토했고, 지난 7월 부동산 업체와 건물 매입 자문을 위한 컨설팅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공단은 올해 안에 개원을 목표로 청사선정위원회를 열어 구입할 건물을 최종 선정, 리모델링 공사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수도권에 미래전문기술원을 개원하기로 하면서 건물매입 비용이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임 의원은 “좋은 취지로 기탁한 기금이 산업재해 예방에 주로 쓰이기 보다 공단의 수도권 청사 설치 등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물 매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드는 수도권에 청사를 개원해야 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정부의 균형발전 지침에 따라 공단 본부도 울산에 있고 지역에 청사를 설치하는 게 더 저렴하다. 500억원 대부분을 건물 매입에 쓴다는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공단 관계자는 “건물 매입이나 지역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경기 서남부 지역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물색 중”이라며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가 수도권에 있어 접근성, 업종분포 측면에서 위치를 정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재 예방을 위한 위험분석, 화학물질 분석 등을 위한 실험장비를 보호하려면 보안이 중요하고 항원·항습을 위한 건물이 필요하다”며 “우선 산업안전 예방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 후에 산재 예방기금을 별도로 투입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 11월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2028년까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협약해 삼성전자가 출연한 500억원은 안전보건공단에 기탁, 산업재해예방 인프라 구축에 사용하기로 했다.

김기남(왼쪽)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황상기 반올림 대표가 2018년 11월 2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삼성전자-반올림 중재판정 이행합의 협약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가운데는 김지형 조정위원회 위원장. 이데일리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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