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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교통부는 지난 9일 열린 국무회의에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상정하면서 공동주택의 수직증축 리모델링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 허용 내용을 제외시켰다. 오는 2019년 3월까지 정밀 검증한 뒤 허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내력벽은 건물의 하중을 견디거나 분산하도록 만든 벽체다. 수직증축 시 내력벽을 철거하는 것은 아파트 층수를 높이면서 해당 아파트의 무게를 견디는 벽은 없앨 수 있도록 하는 조치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 경기도 성남시 아파트 주민 등의 민원을 받아들여 수직 증축 때 세대 간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지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안전성을 이유로 부정적 입장을 보였던 정부는 올해 초부터는 내력벽 철거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까지 했다. 하지만 4개월 만에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내력벽을 철거해도 안전하다는 주장이 있지만 실제 검증된 것이 없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용역을 맡은 국토부 산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입장도 같다. 유영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도시연구소장은 “수직증축 시 대지 아래에 촘촘한 파일 사이에 추가적인 파일을 넣어야만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구조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면 업계와 학계는 내력벽을 철거하더라도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정부가 내력벽 철거를 허용할 것이라고 계속 얘기해왔고 안전성 검사도 별 탈 없이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던 터라 이번 결과가 아쉽다”고 밝혔다. 특히 내력벽을 철거하고 안전하게 리모델링한 사례가 있는 데도 재검토에 들어간 점이 아쉽다는 게 사업장 조합원들의 말이다. 구자선 분당 한솔주공5단지 리모델링 조합장은 “서울 마포구 현석동에 있는 ‘밤섬예가클래식’(옛 호수 아파트)은 구청장의 동의하에 내력벽을 제거하고 리모델링했다”며 “이처럼 내력벽을 제거하고 증축한 선례가 있는데도 정부는 산하기관 용역 결과만 맹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홍근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도 “하중은 기존 일부 벽체를 철거해도 충분히 보강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건축구조기술사 등 전문가들의 교차 검증을 거쳐 리모델링 사업을 발빠르게 진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업계도 안전성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안전성을 담보로 진행한다”며 “내력벽이 철거돼도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