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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대생 살인사건' 유족, 국가 상대 손배소 勝

성세희 기자I 2016.04.19 12:00:00

사건 1주일 전 납치 미수사건 소홀히 한 경찰
사건 발생 후 실수로 범인에게 발각…납치 피해자 살해돼
法 "국가 책임 인정" 손해 배상액 약 1억원 확정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 유족이 정부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모(61)씨와 김모(57·여)씨, 이모(28)씨가 또 다른 김모(31)씨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세 사람에게 9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씨 등은 2010년 살해된 여대생 이모(당시 25세)씨의 부모다. 손해배상 당사자로 지목된 김씨는 2010년 6월16일 새벽 자가용으로 대구 수성구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귀가하는 여성 A씨를 발견했다. 김씨는 A씨에게 다가가 자신의 승용차에 밀어 넣으려고 몸싸움을 벌였다. A씨는 반대편 차 문을 열고 도망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소속 경찰은 A씨에게 납치 직전 탈출했다는 진술을 듣고도 납치 미수 사건이 아닌 단순 상해 사건으로 치부했다. 이 보고를 전해 들은 대구 수성경찰서도 축소 보고 사실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김씨는 납치 미수 사건을 벌인 지 일주일 후 새벽에도 자가용으로 범행 현장 인근을 돌아다니다가 여대생 이씨를 발견했다. 그는 이씨를 납치하고 몇 시간 뒤 부모님인 이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 6000만원을 요구했다. 놀란 이씨 부부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납치된 이씨의 휴대전화를 위치 추적하고 통화음성 녹음과 발신번호 추적을 준비했다. 김씨는 경찰이 자신을 뒤쫓는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도주했다. 그는 이씨 부부에게 휴대전화로 “경찰에 신고했네, 쫓기고 있어서 고맙다”라는 말을 끝으로 휴대전화 전원을 꺼버렸다.

김씨는 경찰로부터 쫓기자 이씨를 살려둘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살해해 시신을 버렸다. 그는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거쳐서 경남 거창군과 대구시를 오갔는데 단 한 차례도 검문검색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뒤늦게 주요 도로 검문검색을 시행해 김씨를 검거했다.

이씨 부부는 “경찰이 김씨의 추가 범행을 방지할 수 있었는데 직무를 유기했다”며 범행을 저지른 김씨와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인 대구지법 민사합의11부(재판장 권순탁)는 이씨 부부와 아들 이씨에게 1억1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에서는 정부와 범행을 저지른 김씨가 이씨 가족에게 1심보다 조금 축소된 약 961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 재판부도 “경찰이 김씨를 쫓을 때 도주에 대비하지 않아 직무집행상 과실을 저질렀다”며 항소심 판결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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