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공급과잉에 따른 철강업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달 들어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철강업이 회복세에 돌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지만 증권가는 단기적인 반등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주요 철강업체들의 주가가 지난달 크게 하락했다가 이달 들어 다시 상승하고 있다.
현대제철(004020)은 현대하이스코 냉연부문 합병에도 불구하고 1월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하락했다. 철강 시황 부진에 냉연부문 합병에 대한 시너지도 확인되지 않아 투자심리가 흔들린 탓이다.
이 때문에 증권사의 목표주가 하향도 줄을 이었다. 그러나 이달 들어 등락을 거듭하긴 했으나 상승 추세를 보이며 10%가 올랐다.
현대하이스코(010520)도 지난해 냉연부문 분할로 거래 정지 후 1월24일 거래를 재개한 후 24%가 상승했다. 동국제강(001230)도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내림세가 올 1월까지 지속되며 13%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이며 한 달 만에 10% 가까이 올랐다.
증권가는 중국의 1월 철강 순수출량이 늘어나는 등 철강 업황 회복을 기대해볼 만한 요소는 있으나 그 시기는 이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를 업황이 개선되는 수순으로 연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중국의 1월 철강 순수출량은 524만톤을 기록하며 전년동월대비 42%, 전월대비 30% 증가했다. HMC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의 순수출량이 500만톤을 웃돈 것은 2008년 9월 이후 64개월 만이다.
이에 대해 박현욱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철강수요가 둔화하고 국제가격과 차이가 커지며 수출유인이 확대됐다”며 “이는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철강 수급에는 단기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한국과 중국이 같은 시장을 공유하다 보니 중국의 수출이 늘어난 것은 시장 수요 개선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업황이 개선되는 그림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철강가격이 제자리걸음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이르다는 판단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업계는 중국의 춘절이 지나면 철강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약보합세를 지속하고 있다. 춘절 이후 15일간 상승이 지속됐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증권가는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보다는 업체 간 차별을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에 대부분 증권사가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유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현대차그룹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토러스투자증권은 현대제철의 올해 자동차용 냉연강판 판매를 480만톤으로 예상하며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증가에 따라 판매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도 봤다. 또한 현대하이스코도 현대기아차 해외법인과 동반으로 해외에 진출, 현지 공장에 차강판을 조달하며 실적이 개선되리라는 전망이다.
방민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국면은 지났지만 업황 회복은 시기가 오래 걸릴 것”이라며 “실수요 개선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