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국정 키워드인 ‘창조경제’ 알리기에 적극적이다. 특히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 등 창조경제 아이콘을 직접 만나며 ‘셀러브리티 마케팅(celebrity marketing·유명인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셀러브러티 마케팅은 유명인의 이름과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스타 마케팅이 단순히 유명인을 앞세운 것이라면, 셀러브리티 마케팅은 유명인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새로운 상품을 홍보하는 방식을 취한다. 창조경제라는 ‘신상품’이 아직 일반인들에게 낯설고 모호하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은 셀러브리티 마케팅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셀러브리티 마케팅 1탄은 빌 게이츠 테라파워 회장이었다.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에서 게이츠를 만나 창조경제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선도자인 그와 창조경제를 논하는 모습이 언론에 노출된 것만으로도 마케팅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다.
박 대통령은 당시 접견에서 게이츠를 “창의성과 사회적 책임을 겸비하신 분”이라고 평가하면서 “회장님 같은 분이 많다면 우리 사람들이 꿈꾸는 세상의 실현도 가능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게이츠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는 사진이 논란이 된 것도 그가 유명인이기에 가능했다.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이라는 얘기는 그래서 나온다.
셀러브리티 마케팅 2탄의 주인공은 래리 페이지 구글 CEO로 낙점됐다. 박 대통령은 26일 페이지를 만나 창조경제 구상을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다.
페이지는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과 달리 언론 노출이 거의 없는 은둔형 CEO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 만남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창조경제 개념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3탄은 아직 정해진 바 없지만,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벌써부터 물망에 오른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1월 대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인재는 우리나라에도 많이 있다. 하지만 뒷받침을 잘 못해서,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능력 발휘를 못한다면 개인에게도, 국가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대학생들에게 미국과 이스라엘의 예를 들며 ‘창의경제’와 ‘창업경제’의 필요성을 설파했다. 이들 개념은 이후 대선 과정을 거치면서 ‘창조경제’로 발전했고, 새 정부 국정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5일 “빌 게이츠, 래리 페이지 등 해외 유명인사들이 박 대통령과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먼저 전달했다”며 “이들이 박 대통령의 창조경제에 공감하고 있는 것 외에도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셀러브리티 마케팅 외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창조경제를 쉽게 알리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무회의, 수석비서관회의, 부처별 업무보고는 물론 지난 24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간담회에서도 창조경제를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