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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외국인 환투기 억제 규제강화 영향은

이진철 기자I 2009.11.11 17:45:24

외국인투자자 환투기·고금리투자 억제책 발표
주변 신흥국 외국인 자본통제 가능성 `주목`

[이데일리 이진철기자] 최근 브라질에 이어 대만 당국이 외국인투자자들의 환투기 억제를 위한 규제강화 대책을 발표함에 따라 주변 신흥국의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대만 금융감독당국은 지난 10일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정기예금 예치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대만 금융당국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당초 주식투자보다는 환투기 및 고금리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 이번 규제강화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만에서 해외투자자들의 정기예금 예치 규모는 5000억 대만달러(미화 155억 달러)로 금융당국이 적정 수준으로 판단하는 수준의 5배를 상회하고 있으며, 외국인들이 예치 가능한 금융상품중 정기예금의 금리가 가장 높아 예치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대만의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규제강화에 대해 금융시장 반응은 예상보단 제한적인 모습이다. 대만가권지수는 10일 0.8% 상승한데 이어 11일에도 0.9% 추가 상승했다. 대만달러화는 10일 보합세를 나타내다가 11일중 0.1% 약세를 나타내며 규제강화 효과를 일부 반영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규제가 대만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의외이며,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맨(Brown Brothers Harriman & Co)은 "금년중 이미 지속적인 달러 매수 개입을 통해 성공적으로 대만 달러화의 강세폭을 제한해 왔기 때문에 금번 조치는 과도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퍼스트스테이트(First State)도 "신흥국들이 핫머니 유입을 제한하기 위해 각종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찬성하지만 대만은 아시아 국가중 단기성 자금의 영향을 가장 적게 받고 있던 국가였기 때문에 금번 조치는 다소 의외"라고 평가했다.

반면 금번 조치는 환투기 억제 목적이 가장 크며 대만의 주가 및 채권가격 상승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시티그룹은 "금번 조치는 대만 달러화에 대한 해외세력의 투기성 거래를 예방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일부 투자자들은 금번 조치를 주식시장의 긍정적 재료로 해석하고 있다"고 평가했고, 다우존스도 "정기예금 예치가 불가능해진 자금들이 채권투자로 방향을 선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자본유출 가능성도 지적됐다.

JP모간은 "해외 투자자들은 아직 기존의 정기예금을 유지할 수 있는 상태이므로 즉각적인 충격은 제한될 수 있지만, 향후 수개월에 걸쳐 지속적인 자본 유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SBC도 "투자자들은 대만에서 자본을 회수해 자본통제 가능성이 낮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조치 이후 여타 신흥국가들이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경계해야 지적도 나오고 있다. HSBC는 "과거 전례를 볼 때 태국이 자본통제를 취할 가장 가능성 높은 국가"라고 꼽았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조치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으나 단기적인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중장기적인 자본유출 및 인접 신흥국들의 자본통제 조치를 자극할 가능성 등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브라질에 이어 대만까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관련 조치를 강화하고 있어 여타 신흥국들에 대한 정책 운용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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