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그렇게 빛날 일 같으면..

조용만 기자I 2003.09.24 18:04:20
[edaily 조용만기자] "오늘도 못 한 모양이지?"...생보상장 자문위원회 회의가 결국 무산됐다는 소식에도 시큰둥한 반응들입니다. 어차피 큰 기대 안했다는 거죠. 바깥에서는 정부가 결단을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10년이상 해묵은 숙제, 칼을 뺀뒤 찌를지 말지부터 고민입니다. 생보상장 방정식의 `숨은` 변수들을 경제부 조용만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생보상장안 공개는 아무래도 10월초 금감위 국정감사를 넘긴뒤에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해도 탈, 안해도 그뿐인 문제를 국감앞두고 벌려서 닦달받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깁니다. 오늘 회의에서 자문안이 마련됐더라도 관련부처 협의를 이유로 국감전에는 발표가 안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국감에서는)협의중이라고 하고 넘겨야지 뭐..왜 나서서 매를 버나" 당초 8월말이 시한이었지만 하루이틀 늦춰지면서 이제는 올해안에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생보상장은 겉으로 나타난 계약자 지분인정과 주식·현금 배분 문제뿐 아니라 숨은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생보상장에 관한 한 원인제공자입니다. 87년 생보사 경영수지가 개선되면서 요건을 충족하게 되자 업계와 정부는 상장준비에 들어갔죠. 자산재평가까지 마쳤지만 다 돼 가는 밥에 정부가 코를 빠트렸습다. 90년말 재무부는 생보사 상장시 증시 물량부담과 기존주주 특혜시비 우려를 이유로 상장을 유보시켰습니다. 당시 자산재평가 적립금중 자본잉여금으로 내부유보된 삼성생명의 878억원이 지금까지 화근으로 남아있습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때 상장을 했어야 했어..10년 지난 설거지가 그리 쉽겠어" 정부는 생보상장안 발표여부를 놓고 계속 고민중입니다. `떡먹을 놈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 여기있다`하면 정부로서는 아닌게 아니라 망신이죠. 더 깊은 고민은 상장을 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는 겁니다. 주가가 얼마인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근 보도에서 가정하듯 10조원의 상장이익이 생긴다고 하죠. 시민단체는 3조정도 내라는 입장이었고 삼성은 어림없다며 "배째라"고 맞섰습니다. 생보상장이 이뤄질 경우 상장이득은 상당부분 이건희 회장과 삼성계열사, CJ 등 삼성일가로 돌아가게 됩니다.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은, 예를 들어 7조원 가량의 상장이익중 상당수가 삼성일가에게 돌아간다고 했을 때 헌법보다 세다는 국민정서법이 과연 그냥 두고보겠느냐는 겁니다. 게다가 참여정부들어 목소리 세진 참여연대를 필두고 내로라하는 시민단체들이 계약자 이익을 내세우며 상장논의에 깊숙히 관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이 처음에 낸 돈은 딱 40억이야..돈될 부동산에 투자하고 경영잘해서 회사 키운건 인정해야지..근데 그게 누구 돈이야? 대부분 계약자 주머니에서 나왔다는 거지..근데 상장해서 수조원이 떨어져봐..`정부가 어떻게 했길래`라는 소리 당연히 나오지" 10년이상된 난제를 8월까지 해결해 보겠다고 공언한 이는 이정재 금감위원장입니다. 거의 다 된 상장논의를 관련규정이 없다며 원점으로 돌린 전 금감위원장에 비해서는 소신있는 셈이죠.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경제장관중 상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관료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소리나지 않는 깔끔한 일처리로 카드채나 SK분식회계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을 잘 다잡았다는 평입니다. 부총리가 총선에 차출되면 과천진입 1순위라는 소문도 나돕니다. 하지만 당초 약속한 시한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내뱉은 말에 대한 부담도 커져가는 분위깁니다. 본인이 기획한 작품이니 잘 만들고 싶겠지만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앞서 말했듯 상장이 돼도 평가에 대한 부담은 남겠죠. 한중땅에서 닭뼈다귀를 연상한 조조같은 심정일까요 "그렇게 빛날 일이면 이헌재, 이용근, 이근영이 왜 안했겠어..막상 열어보니 생각보다 심하게 꼬였다고 생각할 순 있는데..그렇다고 무리할 스타일도 아니고..." 상대가 삼성이라는 점도 애로사항으로 꼽힙니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언론도 최대 광고주와의 관계를 껄끄럽게 가져가고 싶지 않을 겁니다. 생보상장 과정에서 삼성보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가 더 많았던 이유일수도 있겠죠. 주식회사에서 주주동의없이 주식이나 현금을 빼내올 방법도 마땅치 않아 배쨀 형편도 못됩니다. 정부가 압박을 가해봐도 별로 씨알이 먹히지 않는 분위깁니다. 삼성맨중 이 회장에게 누가 감히 주식을 내놓으라고 건의할 수 있겠냐는 거죠. 물론 삼성도 편법상속 등과 연관된 후계구도, 삼성차 빚처리, 이회장 사재출연에 대한 계열사 보증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각에서는 금감위 차원이 아니라 전방위 압박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삼성이 `성의표시`는 해온 기업이라는 전제가 깔려있죠. "큰 일날 소리하네..이기호가 왜 들어갔나. 직권남용이었다..요즘은 청와대도 공무원도 관계기관대책회의 같은 거 생각안한다. 세상은 변했다" 세상은 변했는데 문제자체는 변한 게 없다는 것..한때 상장이 될 뻔했던 초기 금감위 시절과 비교하면 이 부분이 상장 방정식을 푸는데 큰 걸림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