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상욱기자]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록 오늘은 조정을 받았지만 그동안 주식을 내다팔기만 하던 외국인들이 5일째 주식을 사고 있습니다. 주식시장 참가자들도 시장전망에 대해 추가 상승을 예상하는 쪽과 오를 만큼 올랐다는 쪽이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부분이 있다는 데요. 증권부 김상욱 기자가 전합니다.
저는 지난주 미국 월스트리스 투자전략가인 윌리엄 오닐의 번역본을 한권 읽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88년 초판이 발행된 책이니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은 책일 겁니다. 국내에서도 출간일이 지난 1월로 돼 있는 걸 보니 저는 한참 뒤늦게 읽은 셈입니다.
이 책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제목에서 모든 걸 말해주고 있습니다. 영문 제목을 그대로 직역하자면 "주식에서 돈 버는 법"입니다. 국내에서 출간된 제목은 "최고의~" 등등을 붙여 원제보다는 좀 더 독자들의 시선을 끌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윌리엄 오닐은 이 책을 통해 성공하는 투자비법을 "CAN SLIM"으로 요약했습니다. CAN SLIM은 주식투자에서 성공하기 위한 7가지 원칙의 이니셜이지요. 그럼 7가지 원칙을 간단히 소개해 볼까요.
우선 C(Current Quarterly Earnings per Share: 현재 주당 분기순이익), A(Annual Earnings Increases: 연간 순이익 증가율), N(New Product, New Management, New High: 신제품, 경영혁신, 신고가)로 여기까지가 "CAN"입니다.
그리고 S(Supply and Demand: 수요과 공급), L(Leaders or Laggard: 주도주인가 소외주인가), I(Institutions Sponsorship: 기관의 뒷받침), M(Market Direction: 시장의 방향)으로 "SLIM"이구요.
7가지 원칙을 보면서 "이건 뭐 누구나 다 아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특히 주식투자를 오래 한 투자자일수록 더욱 그럴 겁니다. 하지만 최근 주식시장 분위기를 보면 이런 원칙을 적용해며 투자하시는 분들이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까운 예를 볼까요. 최근 인터넷주들의 상승세는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일부에서는 과거 99년말과 2000년으로 이어졌던 코스닥 활황장세가 인터넷주를 통해 다시 부활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최근 친지들이 모인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하는 친척 누님께서 코스닥 얘기를 꺼내더군요. "NHN이랑 옥션이랑 네오위즈를 샀는데 하나 같이 내가 팔고 나니까 본격적으로 오르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 종목들은 왜 샀는데요"라고 하니까 "옆에 있는 선생님이 무조건 좋으니까 일단 사라고 하던데?"라고 말하더군요. 이른바 "묻지마 투자" "덩달아 투자" 이죠. 물론 해당 주식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가지 예를 더 들어 볼까요. 오늘 증시엔 CJ의 인천공장 화재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그러자 경쟁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물론 물류업체인 동방도 상한가에 진입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CJ의 경쟁사인 신동방과 이름이 비슷한 이유가 아니겠냐는 분석을 내놓더군요. 만약 그렇다면 "묻지마 투자"의 한면입니다.
저 뿐만이 아니고 증권부에서 기자생활을 하다보면 기업기사와 관련해 종종 항의성 전화를 받게 됩니다. 대부분 "왜 그런 기사를 쓰냐" "그 기업에 무슨 감정이 있냐, 책임질 거냐"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전화를 하는 투자자들 중 대부분이 자신의 판단이 아닌 주변 사람들의 말에 현혹되서 혹은 뒤늦게 추격매수에 나서 이른바 "상투"를 잡은 분들입니다.
최근 부동자금이 380조에 달한다고 하더군요. 주식시장 지표 중 하나인 고객예탁금이 10조원 수준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규모입니다. 주식 투자자들은 연이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으로 몰린 자금이 증시로도 유입되길 기대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직까지 그런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요.
하지만 만일 그 자금들이 증시로 유입된다고 해도, 또 그 영향으로 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더라도 결국 수익을 올리는 사람은 한정돼 있을 겁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오를 때 못사고 떨어질 때 못파는" 개인투자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죠.
오늘부터라도 앞서 말한 "CAN SLIM" 원칙이 적용되는 기업들을 한번 찾아보시죠. 이 원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기업들에 투자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 게 매일매일 "일희일비"하는 것보다 수익률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이런 기업들을 찾기 어렵다구요? 그만큼 주식투자는 쉬운 게 아니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