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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70%가 코로나·호흡기질환서 나오던 씨젠…GI·HPV로 ‘겨울 의존’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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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경 기자I 2026.08.27 08: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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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6년08월26일 08시3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나은경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흡기 진단에 매출이 집중됐던 씨젠(096530)이 소화기감염증(GI)·인유두종바이러스(HPV)·성매개감염증(STI) 등 비호흡기 제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다. 호흡기 질환 유행 정도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는 구조에서 벗어나 연중 수요가 발생하는 검사 메뉴를 확대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씨젠 비호흡기 진단시약 매출은 2023년 2분기 350억원에서 올해 2분기 6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비호흡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었으며 HPV·STI·GI 제품이 각각 40.3%, 20.7%, 13.9% 성장했다. (자료=씨젠)
씨젠 비호흡기 진단시약 매출은 2023년 2분기 350억원에서 올해 2분기 663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2분기 비호흡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9% 늘었으며 HPV·STI·GI 제품이 각각 40.3%, 20.7%, 13.9% 성장했다. (자료=씨젠)




상반기 비호흡기 1286억원…호흡기의 2.5배

24일 씨젠의 2026년 2분기 IR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회사의 GI·HPV·STI 등 비호흡기 진단시약 매출은 1286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흡기 바이러스(RV)·호흡기 세균(PB)·코로나19 제품을 합산한 전체 호흡기 매출 507억원의 약 2.5배다. 전체 진단시약 매출 1794억원 가운데 비호흡기가 71.7%, 호흡기가 28.3%를 차지했다.

2분기만 보면 비호흡기 매출은 6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9% 증가했다. HPV가 40.3% 늘며 성장을 주도했고 STI와 GI도 각각 20.7%, 13.9% 성장했다. 반면 RV·PB·코로나19를 합산한 호흡기 매출은 247억원에 그쳤다. 계절적 비수기로 호흡기 수요가 감소했지만 비호흡기가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매출은 1360억원으로 19.2% 늘었다. 영업이익은 216억원으로 586.4% 증가했다.

1분기에도 비호흡기 매출은 62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다. 1분기 호흡기 매출 260억원의 약 2.4배다. 이에 따라 씨젠의 상반기 매출은 26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2%, 영업이익은 451억원으로 150.9% 늘었다

팬데믹 당시와 비교하면 매출구조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씨젠의 2021년 매출 1조3708억원 가운데 코로나19와 RV 제품 매출은 9378억원으로 68.4%를 차지했다. 반면 GI·HPV·STI 제품의 합산 매출은 773억원으로 전체의 5.6%에 그쳤다. 당시 별도로 공개되지 않았던 PB까지 포함하면 실제 호흡기 매출 비중은 이보다 높았을 것으로 보인다.

씨젠 관계자는 “호흡기 제품은 감염병의 유행 시기와 강도에 따라 수요가 영향을 받지만 GI·HPV·STI 제품은 상대적으로 계절적 영향이 적다”며 “비호흡기 제품의 매출 확대가 호흡기 질환 유행에 따른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흡기 감염병 진단은 유행이 발생하면 단기간에 검사량이 급증하지만 겨울철 유행 강도와 신종 감염병 발생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다. 대규모 유행이 끝나면 매출도 급감할 수 있다. 반면 검사 대상과 시기가 비교적 일정한 HPV 검진이나 계절성이 낮은 GI·STI 검사는 이러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다.

씨젠은 기존 고객에게 새로운 검사 메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비호흡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GI 제품은 하나의 검체로 바이러스·세균·기생충 등 여러 위장관 감염 원인을 동시에 검사한다. HPV 제품은 여러 유전형을 구분해 검진시장과 대형 검사기관을 공략하고, STI도 다수의 성매개감염 원인 병원체를 한 번에 확인하는 신드로믹 PCR 제품을 앞세우고 있다. PCR(중합효소연쇄반응)은 검체 속 특정 병원체의 유전물질을 검출 가능한 수준으로 증폭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분자진단 기술이다.

씨젠 관계자는 “기존 글로벌 영업망과 장비 인프라를 활용해 고객이 호흡기뿐 아니라 GI·HPV·STI 제품도 사용하도록 검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며 “국가별 인허가 확대와 신규 고객 확보, 기존 고객 내 검사 메뉴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씨젠이 지난 5월 유럽에서 출시한 다제내성균(MDRO) 검출 제품 ‘올플렉스 MDRO 어세이’(Allplex™ MDRO Assay). 씨젠의 비호흡기 포트폴리오 제품 중 하나로, 의료관련감염(HAI)과 연관된 다제내성균 및 관련 내성 유전자 검출이 가능하다. (사진=씨젠)
씨젠이 지난 5월 유럽에서 출시한 다제내성균(MDRO) 검출 제품 ‘올플렉스 MDRO 어세이’(Allplex™ MDRO Assay). 씨젠의 비호흡기 포트폴리오 제품 중 하나로, 의료관련감염(HAI)과 연관된 다제내성균 및 관련 내성 유전자 검출이 가능하다. (사진=씨젠)




코로나로 커진 진단업계…다각화가 핵심 과제

체외진단 기술은 검사 원리에 따라 크게 분자진단, 면역진단, 임상화학진단 등으로 구분된다. 분자진단은 검체에 포함된 DNA·RNA 등 핵산을 분석해 병원체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한다. 면역진단은 항원·항체 반응을 이용해 호르몬·심혈관·암·염증·감염 지표 등을 측정한다. 임상화학진단은 혈액이나 소변 속 포도당·지질·효소·전해질 등을 분석해 당뇨와 간·신장 기능, 대사 상태 등을 평가한다.

씨젠은 분자진단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다. 특히 씨젠은 감염질환 PCR를 중심으로 성장했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호흡기 감염병 검사 수요가 폭증하면서 호흡기 제품에 매출이 집중됐다. 씨젠을 비롯해 코로나19로 호흡기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중소 진단기업들이 최근 몇 년 간 사업 다각화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는 이유다. 수젠텍(253840)은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로 외형이 급성장한 뒤 알레르기 진단장비와 시약, 여성호르몬 진단 등을 육성하고 있고, 오상헬스케어(036220)도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판매한 이후 기존 혈당측정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연속혈당측정기(CGM)와 현장 분자진단기기를 개발 중이다.

반면 코로나19 이전부터 다양한 검사기술과 제품군을 보유했던 국내 주요 진단기업은 호흡기 질환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신속면역진단과 자가혈당측정을 기반으로 성장한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SD바이오센서)는 이후 메리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해 분자진단과 생명과학 원료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바디텍메드(206640)는 중국에서 감염·염증 여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염증표지자 C반응성단백질(CRP) 검사제품을 기반으로 성장한 뒤 심혈관·당뇨·호르몬·암 검사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2023년부터 임상화학을 비롯한 신규 진단기술로도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19 진단제품을 판매했지만 팬데믹 이전부터 비호흡기 검사와 만성질환 관련 사업을 보유했다는 점에서 씨젠과 차이가 있다.

글로벌 진단기업은 질환뿐 아니라 진단기술 자체가 더욱 분산돼 있다. 로슈진단은 면역·임상화학 중심의 코어랩을 주요 기반으로 병리진단, 혈액선별, 분자진단, 당뇨관리 사업을 함께 운영한다. 2025년 진단사업 매출은 138억스위스프랑(약 23조8000억원)이지만 호흡기 분자진단은 전체 사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애보트 역시 면역·임상화학 중심의 코어랩과 현장진단, 신속진단, 분자진단을 갖췄다. 최근에는 암 조기진단기업 이그젝트사이언시스를 인수해 대장암 등 암 진단으로 영역을 넓혔다. 다나허도 벡크만쿨터의 면역·임상화학, 세페이드의 분자진단, 라이카바이오시스템즈의 병리진단, 라디오미터의 응급·중환자 검사 등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 특정 질환의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다른 검사기술과 고객군이 이를 보완하는 구조다.

이처럼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진단기업들은 검사 대상 질환을 추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합병과 자체 개발을 통해 분자진단·면역진단·임상화학·병리진단 등 기술 기반 자체를 넓혀왔다. 다만 씨젠은 당장 새로운 진단 원리로 진출하기보다 기존 PCR 기술과 설치 장비, 글로벌 영업망을 활용할 수 있는 GI·HPV·STI를 먼저 확대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진단업계 관계자는 “씨젠은 사업이 감염질환 PCR에 집중돼 있어 여러 검사기술을 보유한 종합 진단기업보다 사업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20억원이었던 연매출이 지난해 4742억원으로 약 4배 확대되는 등 회사의 체구가 커진 만큼 일시적인 감염병 유행에 기대지 않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면역진단이나 임상화학처럼 새로운 검사 원리로 진출하기보다 기존 PCR 기술과 설치 장비를 활용해 GI·HPV·STI 메뉴를 늘리는 것은 사업 전환에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매출의 계절성과 변동성을 낮추려는 보수적인 다각화 전략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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