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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삭인 어미 고양이 해부..포항 폐양어장 학대男 2심서 집유 석방

김화빈 기자I 2023.01.19 14:37:17

1심 징역 1년 4개월→2심 집행유예 선고
재판부, 심신미약 등 피고인 주장 수용
동물단체 "끔찍한 학대 일삼고도 자유의 몸 됐다" 비판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길고양이 16마리를 산 채로 불태우는 등 고문·학대하고 이를 SNS에 게시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이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포항의 한 폐양어장에 갇혀있던 고양이 9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구출됐다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대구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진성철)는 19일 폐양어장에 길고양이를 가둬놓고 학대하고 죽인 혐의(특수재물손괴·동물보호법 등)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보복 협박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29)에게 징역 1년4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벌금 200만원을 명령했다.

A씨는 길고양이들을 잔혹하게 죽이거나 괴롭히고 이 같은 영상을 SNS에 게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디지털포렌식을 통해 검찰이 확보한 영상에는 A씨의 끔찍한 범행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는 지난해 1월부터 길고양이 16마리를 포획해 깊이 3m에 이르는 폐양어장에 가둔 뒤 만삭의 고양이를 산채로 불태우거나 세탁망에 넣어 세탁기에 돌리는 등 잔혹하게 살해했다.

또 고양이들을 폭행·고문하고 해부하기도 했으며 자신의 범행으로 죽은 고양이 사체 일부를 보관했다. A씨는 자신의 범행이 경찰이 신고당하자 신고자를 협박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네 살이랑 가죽도 고양이처럼 벗겨줄까?”라는 섬뜩한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A씨에 대해 징역 4년에 벌금 3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1심은 “피고인은 협박과 재물손괴에 대한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여러 근거를 종합해 볼 때 보복 협박과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년 4개월,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측은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며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양극성 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가족들이 정신과 진료를 약속한 것을 종합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사건을 고발한 동물권행동 카라는 이날 대구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년 4개월의 실형도 시민사회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규탄하였지만,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며 “끔찍한 범행을 일삼고 이를 신고한 시민을 겁박했던 A씨는 오늘로 석방되어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 비판했다. A씨는 경찰 수사 단계부터 이날까지 구속되어 재판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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