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눈엣가시' 러시아 여성 로커…가택연금 중'국외 탈출'

권혜미 기자I 2022.05.11 13:33:02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력층에 저항해왔던 러시아 여성 로커가 탄압을 피해 무사히 국외로 탈출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5인 여성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33)가 최근 가택연금 중 감시원의 눈을 피해 리투아니아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푸시 라이엇은 반 푸틴 운동을 펼쳐온 그룹으로, 지난 10년간 “러시아 권력층의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받고 있다.

첫 번째 저항이 일어났던 지난 2012년 2월엔 푸틴 대통령의 3기 집권에 반대하기 위해 크렘린 인근 러시아 정교회 성당 안에서 무허가로 시위성 공연을 했다.

러시아 밴드 ‘푸시 라이엇’의 리더 마리아 알료히나.(사진=EPA 연합뉴스)
이들은 공연 후 1분여 만에 쫓겨났지만 당시 공연 동영상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마돈나와 그룹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등의 가수들이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당시 알료히나 등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은 종교시설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이유로 기소돼 2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공연을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한 러시아에 국제 사회는 “인권 탄압을 했다”며 비판했고, 멤버들은 감형이나 사면으로 풀려났다.

이후에도 저항을 계속 이어온 푸시 라이엇은 푸틴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는 노래를 발표했고,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정치범 석방 등을 요구하기 위해 결승전이 열리는 경기장에 난입하기도 했다.

이후 알료히나는 지난해 여름 이후에만 6번씩 15일 단기형을 선고받았다.

2012년 푸시 라이엇 멤버들이 러시아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 대성당 중앙제단에서 ‘성모 마리아여 제발 푸틴을 쫓아내 주세요’라는 가사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사진=모스크바타임스 홈페이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당국의 탄압은 더욱 심해졌는데, 자택에 연금됐던 알료히나는 모스크바가 아닌 유형지로 보내질 위기에 처했다.

결국 국외 탈출을 결심한 알료히나는 감시원을 따돌리기 위해 음식배달원 복장을 하고 얼굴을 가린 채 집을 나섰다.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 또한 아파트에 남겨 두었다.

여권을 압류당한 상태였던 알료히나는 세 번의 시도 끝에 벨라루스에 입국하는 데 성공했다. 벨라루스에서는 지인들이 마련해준 유럽연합(EU)의 신분증으로 리투아니아행 버스를 탔다.

푸시 라이엇은 현재 유럽 순회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아이슬란드에선 친(親)우크라이나 단체가 주관한 무대에도 오를 예정이다.

알료히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언젠가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자유를 느낄 수 있다면 어디에 있든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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