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까지 중재에 나서면서 국방부와 포천시 양측이 이달 17일 첫 협상 테이블에 나서기로 했으나 접점을 찾긴 어려울 전망이다. ‘칼자루’를 쥔 국방부가 국가 안보와 군 작전을 이유로 부지 반환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박윤국 포천시장은 15일 이데일리와의 전화통화에서 “포천시의 중장기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평화스포츠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남북교류와 미래발전의 초석으로 삼기 위해서라도 국방부가 6군단 부지에 다른 군사시설을 재배치해서는 안 된다. 상생협의회를 통해 성공적으로 6군단 부지 반환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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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는 자작동 6군단 부지가 포천의 중심인 선단동과 포천동 사이의 약 90만㎡(약 27만평)에 이르러 그동안 시의 발전을 단절시키고 도시계획 수립에 걸림돌로 작용해왔다고 주장한다. 포천시는 “부대가 없어지면 68년간 무상으로 써온 땅도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해체하는 6군단 부지에 5군단 예하 군수지원 부대와 105㎜ 개량형 자주포를 배치하기로 했다. 포천시와 2020년12월에 맺은 부지 반환 협약을 거부한 것이다. 오히려 국방부는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 390억원을 편성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6군단 해체와 재배치는 군 작전활동 수행과 현 작전시설의 활용성 등 군사적 측면, 국방예산의 효율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했다.
연제창 포천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방부가 부지 반환을 하지 않기 위해 포병부대를 배치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며 “국방부가 협약대로 올해 12월 31일까지 부지 반환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칼자루는 국방부가 쥐고 있다. 1962년에 제정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토지보상법)’ 상 시유지 매입에 문제가 없다. 토지보상법 4조에 따르면 국방·군사시설이나 철도, 항만을 비롯해 학교와 박물관 등의 사업에서 토지를 수용할 수 있다. 포천시 땅이라도 군사작전이 이뤄지는 한 포천시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셈이다. 국방부의 통 큰 양보 없인 부지를 돌려받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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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4년 창설한 6군단은 68년 동안 포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소흘읍과 시청이 소재한 포천동 사이 자작동에 주둔하면서 포천시의 남북 간 축을 단절하고 있는 부대다. 6군단이 올해 말 해체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었다. 그러나 부대만 해체할 뿐 90만㎡에 달하는 현 부지로 다른 군부대를 이전할 것이라는 국방부 방침에 지역 민심이 끓어오르고 있다. 지역 주민은 분노에 찬 마음으로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박윤국 포천시장은 직접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수많은 군사시설로 지역 발전이 저해된 포천시에 대한 보상으로 시유지를 반환해 포천은 물론 경기 북부의 발전을 뒷받침해야 한다”며 건의문을 전달했다. 총리실은 포천시의 ‘양자 협의체 구성’을 받아들여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포천시는 원만한 해결에 내심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행법상 우위에 있는 군으로선 협상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어 포천시의 바람이 현실화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방부가 협의에 부정적인 이유는 군이 부지를 내놓으면 다른 부지를 재확보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한몫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총리실의 상생 협의체 역할이 요식적인 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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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창범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이 문제 해결의 키는 국방부가 쥐고 있다”며 “국가안보도 중요하지만 포천시민의 공익도 중요하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나서서 군과 지자체 간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