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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씨로부터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쇼핑백에 담아 남 변호사 등에게 전달하거나 김 씨 주변 인사 계좌로 송금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남 변호사는 해당 자금을 로비가 아닌 사업비로 썼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그 돈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선거 운동 비용과 대장동 사업 인허가 로비 명목으로 쓰였다는 진술도 확보해 자금 흐름을 조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자금 수사는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은 ‘윗선’을 규명할 주요 지점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검찰이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는데 있어 남아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 변수로 꼽힌다. 김 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 만기일이 오는 22일로 사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구속 만기일은 지난 12일이었지만, 검찰은 1차 구속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법원에 연장 신청을 해 인용 결정을 받아냈다.
촉박한 시간 속 윗선 수사의 다른 연결고리로 꼽히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최근 법원에서 기각당한 것도 변수다. 검찰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지난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당시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남 변호사 등으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영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법원은 유한기 전 본부장이 받은 금품 액수를 두고 남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사이 진술이 엇갈린 점을 들어 영장을 기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기 전 본부장은 지난 2011년 성남시설관리공단에 채용된 뒤 기술지원 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아 공사 설립과 대장동·위례 개발 사업의 사전 정지 작업을 주도해 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대장동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1차 절대평가 위원장, 2차 상대평가 소위원장을 맡아 화천대유가 포함된 하나은행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법조계에선 물리적인 시간보다는 결국 검찰이 윗선 수사에 의지가 있는 지가 중요하다고 평가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검찰이 윗선으로 자금이 흘러들어 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만큼 어떻게든 수사할 수 밖에 없다”며 “검찰이 윗선 수사에 의지가 있다면, 김 씨와 남 변호사를 구속 기소하기 전 추가적인 범죄 혐의를 소명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관측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통 이런 큰 사건의 경우 구속 피의자를 기소하기 전 추가적인 혐의자에 대한 인신 구속이 이뤄진다”며 “추가적인 검찰의 움직임이 없다면, 수사가 종결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분석했다.
시간에 쫒기는 검찰은 막바지 진술 확보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초기 대장동 사업에 관여했던 부동산개발업체 씨세븐 전 대표 이강길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했다. 이 씨는 지난 2009년 대장동 사업의 민간개발을 주도하면서 당시 김 씨,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천화동인 7호 소유주 전직 기자 배모 씨 등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들과 교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지난 2010년 이후 대장동 사업이 민·관 합동 개발로 전환되면서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자신이 사업에서 배제되는 과정에 적극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날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도 불러 의혹 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