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이승현 기자] 이동통신 3사가 팬택의 단말기 구매를 거부하면서 팬택 협력사 일부가 도산위기에 놓였다. 업계에서는 채권단과 이통 3사의 책임 떠넘기기가 재현되면서 팬택과 팬택 협력사로 불똥이 튀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팬택은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이통 3사에 7월 중으로 단말기 13만대 구매를 요청했지만 이통 3사가 거부했다.
팬택은 이통 3사가 단말기를 구매해주면 그 대금(900억 원)으로 협력사에 부품대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이달에 팬택이 협력사에 지급할 대금은 약 5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팬택 관계자는 “이통 3사로부터 받은 돈으로 협력사에 물품대금을 지급하고 나머지 부분은 유보시켜 다음달 이후 결제대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실제 현금이 유입되지 않아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대금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동통신업계도 팬택 제품의 추가 구매를 꺼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판매할 수 있는 재고물량이 충분하다는 것. 이통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지금 팬택 물건을 구매하지 않은 이유는 현재 재고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수준의 물량을 확보해야 하는데 또 구입하면 재고부담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통사들이 보유한 팬택 재고물량은 약 50만대로 알려졌다. 기존 70만대에서 6~7월 두 달 동안 팬택 제품을 판매, 20만대 이상의 물량을 소화할 여력이 있지만 팬택의 요청을 거절한 셈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가 보유한 팬택 물량만으로도 2~3개월은 판매할 수 있다”며 “신제품의 경우 구매할 수 있지만 이미 수십만대의 재고가 쌓인 제품을 또 다시 구매하는 것은 시장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재개되지 않은 점도 이통사에게는 부담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팬택 문제의 경우 시장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의 제품 구매결정 여부에 따라 팬택 회생뿐만 아니라 협력사 도산까지 연결되기 때문.
업계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채무상환 2년 유예 결정을 내릴 때까지도 채권단은 모든 책임을 이통사에게 떠넘기며 뒷짐을 지고 있었다”며 “이통 3사가 채무상환 유예결정을 내린만큼 채권단이 팬택의 워크아웃 재개를 빨리 결정해야 팬택과 550여개의 팬택 협력사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택 협력업체 관계자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금융권으로부터 1차 부도 통지를 받은 곳이 있다”며 “채권단과 이통사가 대승적인 결정을 해줘야 많은 기업들이 살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통업계에서는 팬택 제품의 추가 구매가 워크아웃과 무관하게 시장논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팬택 관계자는 “이통 3사가 채무상환 유예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린만큼 협력사의 줄도산 문제까지 감안해 제품 구매를 전향적으로 해주기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