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안혜신 기자]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세운 전현직 대기업 임원과 주주 7명의 명단을 추가 공개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1차 발표에 이어 또다시 굵직한 재벌이 등장하자 재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직접 실명이 거론된 대기업들은 일단 재빠르게 ‘선긋기’에 나서면서 파문을 잠재우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향후 재벌가 오너, 임원 등 고위급의 명단이 계속 발표될 예정으로 있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역외탈세 발본색원 국세청 행보에 ‘탄력’
지난 22일 1차 발표 당시 3개 페이퍼컴퍼니와 연루자 5명이 공개된데 이어 이번 2차 발표를 포함할 경우 전체 연루자는 7개 페이퍼컴퍼니, 12명에 이른다.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해외 비자금 1000억 여원을 조성한 혐의가 나온 상황에서 재계 전체가 마치 불법 비자금의 온상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일단 관련 기업들은 회사와 관계 없는 개인의 문제로 선 긋기에 나섰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최은영 회장은 2008년 10월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와 공동명의로 회사와 무관한 서류상 회사를 버진 아일랜드에 설립했으나 특별한 필요성이 없어 2011년 11월경 이 회사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회장이 어떤 목적으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SK그룹 관계자는 조민호 전 SK케미칼 부회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대해 “회사와 무관한 개인 투자”라며 “조 전 부회장의 조세피난처 투자는 개인적 투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알지도 못하고 이야기 할 입장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지난 2000년에 이미 사임했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이덕규 전 이사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에 대해 검토했지만 우리(회사)가 설립한 것도 아니고, 해당 법인과 거래 내역도 없다”며 “대우인터내셔널과 무관한 법인으로 판단되며, 이 전 이사는 2008년 퇴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화그룹은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부동산을 매매한 근거가 나온 만큼 회사와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탈세 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한화그룹은 황용득 한화역사 사장의 페이퍼컴퍼니 설립 배경에 대해 “한화재팬이 거래·접대 활용, 투자 목적, 직원 복리후생 등을 위해 하와이콘도 구입을 검토했다”며 “당시 우리나라 해외법인이 해외부동산을 구매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어 황 사장 이름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세청, 역외탈세 추적 행보 가속
국세청은 이번 명단 발표를 계기로 역외탈세 관련 추적 행보를 한층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그동안 복잡하고 교묘한 탈세수법으로 인해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따라서 이번 명단 발표를 계기로 역외탈세와 관련된 추적의 실마리가 제공된 셈이다.
국세청은 지금까지 공개된 명단은 물론 향후 공개될 명단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혐의가 발견되면 강도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여기에 미국, 영국, 호주의 세무당국과 공동 조사를 통해 확보한 역외탈세 정보가 본격적으로 공유될 경우 그동안 답보상태를 보였던 역외탈세 추적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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