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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인수전 공울렸다`..獨 투자자 변수될까

김국헌 기자I 2010.10.01 16:41:16

사우디 투자社 S&C인터 막판 포기
현대그룹, 獨 엔지니어링업체 SI로 영입
4조 안팎 현대건설에 공격적 베팅 예고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현대가(家)의 자존심이 걸린 현대건설 인수전이 당초 예상대로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간 2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현대가 장자격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제수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간에 명운을 걸고 치러질 인수경쟁은 현대가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 크게는 재계 판도까지 변화시킬 변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인수 과정에서 현대그룹과 손잡은 독일 전략적투자자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 채권단은 1일 현대건설(000720)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9월27일 가장 먼저 LOI를 제출했고, 현대그룹은 마감 당일 서류를 냈다.

과거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했던 중동계 한 업체가 제3의 후보로 등장했지만 막판에 포기하면서, 결국 이번 인수전은 현대가 내부의 싸움으로 정리됐다.

◇ 현대그룹, 獨기업과 손잡고 `자금력 약점` 보완

LOI 제출 전부터 달아오른 인수전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돌입하게 됐다. 오일머니 변수가 해프닝에 그쳤지만, 현대그룹이 독일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이면서 실탄 싸움은 더 격렬해지게 됐다.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전에 임하고 있는 현대그룹은 마감 당일 독일계 엔지니어링 업체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Strategic Investor)로 포함시켰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계열사와 독일 기업이 현대그룹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
 
현대그룹이 채권단과 껄끄러운 관계 탓에 해외에서 투자자를 모집, 현대상선(011200)을 비롯한 주력계열사들의 취약한 자금력과 시너지를 보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4조원 안팎으로 평가받고 있는 현대건설 지분 34.88%를 인수하기 위한 실탄 전쟁이 간단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 또 다른 변수..獨 M+W그룹 역할에 주목 
 
M+W 그룹은 오스트리아 스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하이테크 엔지니어링업체. 작년 기준으로 직원 4384명이 근무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실적은 매출 12억6689만유로(약 1조9528억원), EBITDA(이자·법인세·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8895만유로(1371억원)다. 
 
M+W그룹 로고 및 본사 전경(출처 : M+W그룹 홈페이지)

 
첨단 전자산업, 생명과학사업, 태양광 발전, 화학, 자동차, 정보기술(IT) 등과 관련된 하이테크 기반시설을 건설해왔다. 현재까지 반도체공장 200여 곳, 7700㎿ 이상의 태양광 발전소, 다수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건설했다.

M+W 그룹 사주인 조지 스툼프(Georg Stumpf) 회장은 26세의 나이에 오스트리아 빈 최고층 빌딩(50층) 밀레니엄 타워를 건설한 기업가다.

현대건설의 작년 매출이 9조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가 큰 기업은 아니다.
 
현대그룹의 약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금력 동원면에서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기술력을 갖춘 엔지니어링업체란 점에서 현대그룹의 시너지 취약점을 보완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채권단이 가격(자금력)과 향후 현대건설 경영능력이라는 기준에서 SI의 역할을 어느 정도 평가할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 LOI 마감前부터 신경전 뜨거워..혈투 이어질 듯

경쟁구도가 확립된 탓에 LOI 마감 전부터 여론몰이가 격화됐다. 현대건설 채권단에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LOI 접수 전부터 나와, 채권단은 무리한 차입을 하면 감점을 주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증권(003450)이 현대건설 채권단의 일원으로 현대건설 지분을 매각하는 것은 이해 상충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채권단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물밑에서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약점을 발빠르게 커버하려는 움직임도 분주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한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더 잘 성장시킬 인수자란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현대그룹은 SI 영입으로 약점을 보완했다.
 
또 국내 최대 건설사인 현대건설을 세계 5위 건설사로 키우겠단 비전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내후년 안에 세계 10위 건설사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상태다.

현대건설을 키울 수 있는 능력과 자금력 모두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현대자동차(005380)도 약점 방어에 부심하는 모습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출사표에서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현대엠코를 인수주체에서 제외했다. 또 현대건설을 현대엠코와 합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의수의향서 제출을 계기로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되던 현대건설 인수전의 공은 채권단으로 넘어가게 됐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한때 한솥밥을 먹던` 두 그룹(현대차와 현대)간 사활을 건 인수경쟁은 치열하게 달아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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