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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17일 2살이던 A군은 열이 나고 오한 증상이 있어 인천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을 방문했다. 당시 부모는 의료진에 “아들이 이틀 전부터 열이 나 다른 병원에 갔더니 수족구병 진단이 나와 약을 먹였다”며 “평소에는 그런 적 없는데 저녁에는 자다가 깜짝 놀라면서 20분마다 깬다”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시럽 형태인 진정제 7㎖를 먹였지만 A군은 절반 정도만 삼키고 나머지는 뱉어냈다. 20분 뒤 A군이 구토하자 간호사는 콧줄을 통해 산소를 공급했다.
산소 공급량을 수차례 늘렸음에도 A군의 산소 포화도는 감소했고 의료진은 인공관을 코나 입으로 집어넣어 기도를 여는 ‘기관삽관’을 시도했다.
당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와 전문의는 지름 5㎜의 튜브를 기도에 넣으려고 30분간 번갈아가며 시도했지만 산소포화도가 유지되지 않아 계속 실패했다.
A군이 심정지 상태에 빠지자 의료진은 심장마사지를 한 뒤 맥박을 잡고 또 다른 전공의가 기관삽관을 시도해 성공했다. 그러나 A군은 4분 뒤 또다시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이후 A군은 다시 맥박이 돌아왔지만 뇌염과 저산소증에 의한 뇌 손상으로 현재까지도 보행장애와 인지장애 등을 앓고 있다.
조사 결과 A군에게서는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엔테로바이러스 71형’이 검출됐다. 수족구병은 입·손·발에 물집이 생기는 비교적 흔한 바이러스 질환이지만 엔테로바이러스 71형으로 감염된 어린이는 뇌염이나 폐출혈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사망할 수 있다.
이에 A군 부모는 2020년 아들과 함께 병원 측에 치료비와 위자료 등 3억 9000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 측은 “당시 의료진은 호흡곤란과 저산소증에 빠진 아들을 방치해 악화시킨 과실이 있다”며 “기관삽관도 지연해 심정지와 뇌 손상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A군의 상태를 소홀하게 관찰하거나 기관 삽관 처치를 지연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 병원 간호일지에 따르면 의료진은 지속해서 A군의 혈압과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며 상태를 관찰했다”며 “간호사가 상주하며 계속 산소공급이나 흡인 치료 등을 했고, 이후 의사들도 가까이서 지켜보며 주기적으로 상태를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의사 3명이 돌아가면서 시도한 끝에 38분 만에 결국 기관삽관을 했다”며 “통상 숙련된 의사의 기관삽관은 한 번에 성공하면 10분 만에 할 수 있지만 A군이 24개월 미만의 영아라 성인과 비교해 기도가 작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관삽관을 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점만으로는 의료진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뇌 손상이 발생한 사실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