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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기소된 임종헌(60·사법연수원 16기)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서 검찰이 권순일(59·14기) 현 대법관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임 전 차장의 무더기 증인신청에 따른 검찰의 맞불 성격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윤종섭)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의 6차 공판기일에서 재판부에 이러한 내용의 증인신청 의견서를 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의 행정부 상대 이익도모 혐의 중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 대선개입’과 관련해 권 대법관을 증인 신청했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권 대법관은 2015년 5월 전원합의체에 회부된 원 전 원장 사건에서 당시 주심인 민일영 대법관 휘하 재판연구관에게 ‘쟁점파일 증거능력이 부정될 경우 실체 판단을 유보함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검토 메모를 전달하고 추가 검토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다만 검찰은 지난달 5일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해 현직 법관에 대한 기소 명단을 확정하면서 권 대법관을 제외했다. 검찰은 “권 대법관이 사법농단 범행이 본격화하기 전에 법원행정처를 떠나 가담정도가 약하다고 판단했다”고 제외 사유를 밝혔다.
이날 검찰은 권 대법관을 증인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임 전 차장 측에서 권 대법관의 진술 증거에 대해 대부분 부동의한 상태라 증인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추후 임 전 차장이 증거에 대해 동의할 경우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 전 차장은 “권 대법관과 관련한 진술서를 보면 대부분 합의에 대한 사항일 뿐 검찰이 입증하려는 취지에 부합하는 진술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증거 채택 동의 여부에 대해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임 전 차장 측의 증거 동의 여부를 보고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대법관 이외에도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검찰에게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필요성을 서면으로 추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예정이었던 박상언(42·32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 ‘박 부장판사가 오는 25일이면 출석이 가능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전달해왔다’고 하자 임 전 차장은 이를 거부했다. 임 전 차장 측은 “일주일에 3번 재판은 사실상 (검찰의 공소유지에) 대응할 수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이렇게 도저히 (피고인 측에서) 대응할 수 없게 재판을 진행하면 공정한 재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 측의 의견을 받아들여 박 부장판사를 다음 달 2일 오전 10시에 재소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