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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2대 장관으로 내정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평가이자 기대다. 박 의원은 청와대가 8일 발표한 개각에서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 이름을 올렸다. 4선 국회의원이 정부부처 중 가장 ‘막내’격인 중기부 장관으로 온다는 소식에 중소·벤처기업계는 우려보다 기대가 큰 상황이다. 재벌개혁 소신이 강한만큼 중소기업계의 불공정한 거래관행 등을 개선하고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중소기업계 현안도 중재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크다.
전문성보다 정책조율·추진력 중요… G밸리 中企들과 소통 활발
중소기업학회장을 지낸 이정희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박 후보자와 관련해 “여당의 대표 정치인이 장관으로 오는 만큼 향후 중소기업계 현안과 관련해 이전보다 더 중재와 조율이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가 된다”며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전문성이 다소 부족할 순 있어도 그런 부분들은 보좌하는 공무원 조직이 뒷받침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성보다 더 필요한 건 정치력을 통해 산적해 있는 여러 중소기업계 현안들을 중재하고 풀어나가는 것”이라며 “박 후보자에 거는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 후보자가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들을 보면 재벌개혁에 대다수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직접적인 중소기업 지원 법안 발의는 많지 않지만 우회적으로 중소기업 거래관행 등에 영향을 줬다. 특히 중소기업계가 요구해 온 ‘경제 3불(不)’(거래의 불공정, 시장의 불균형, 제도의 불합리) 해소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협동조합 납품단가조정 협의권 개선, 징벌적 손해배상 확대, 의무고발 요청제도 도입,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근절 법안 등이 대표적이다. 일각에선 박 후보자의 중소기업 정책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간 발의했던 법안들이 중소기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측면에서 보면 중소기업 정책 경험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 박 후보자는 지역구인 구로구에서 중소·벤처기업 정책에 대한 관심을 많이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구내에 국가산업단지인 ‘지(G)밸리’가 있는 만큼 공공기관들에게도 중소·벤처기업 지원과 관련한 보고를 수시로 요청하는 등 관심을 보여왔다. 또한 G밸리 경영자들이 개최하는 ‘G밸리 상생혁신포럼’에도 자주 참석해 중소·벤처기업인들과 소통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로구 소재의 A공공기관 관계자는 “박 후보자와 보좌관들도 중소·벤처기업 지원사업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써 자주 보고를 하러 갔다”며 “일반적으로 국회의원들이 잠시 얼굴 비추러 가기 위해 기업인들 행사에 참석하는 것과 달리 박 후보자는 끝까지 남는 경우가 많아 지역 중소기업인들에게 평판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中企정책 컨트롤타워 기대… 소통 아쉬웠던 소상공인도 “환영”
중소기업 대표 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날 박 후보자의 중기부 장관 내정에 기대 어린 분위기의 논평을 내놨다. 박 후보자는 2013년 중기중앙회가 선정한 중소기업우수지원기관(국회의원)으로 선정된 인연이 있다. 중기중앙회는 “2011년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 모임 활동 및 2012년 민주통합당내 ‘경제민주화 추진의원모임’의 위원장을 맡으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발의와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앞장서 왔다”며 “대기업의 무분별한 중소기업, 소상공인 사업영역 침해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중소기업계, 소상공인단체 등과 협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중소·벤처기업계가 박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것은 ‘추진력’과 ‘소통’이다. 홍종학 초대 중기부 장관의 경우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에 속도를 냈지만 정작 중기부를 중소·벤처기업 정책 전반의 콘트롤타워 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다소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과 관련해선 현장 중소·벤처기업인들과의 소통도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여당의 힘 있는 정치인 출신인 박 후보자가 취임하면 각 부처간 중소기업 정책 조율에 있어선 확실히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때문에 박 후보자는 과거 초대 중기부 장관 1순위로 중소기업인들 입에서 거론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박 후보자가 임명되면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창업과 스마트공장 확산에 앞장서고, 대기업의 기술탈취 근절 등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환경 개선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추진에 따른 중소자영업자 부담 최소화를 위한 대책 마련도 적극 추진해 주길 기대한다”며 “중소기업 현장은 물론 국무위원으로서 정부 각 부처와 정치권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중소기업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하고 대기업 중심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정부를 대상으로 투쟁까지 나섰던 소상공인들도 박 후보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후보자가 2011년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공동 발의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들어 향후 정책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은 지난해 홍종학 중기부 장관의 소통 부재를 여러 번 지적해왔던만큼 이번 개각을 반기는 분위기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박 후보자는 의정활동 내내 경제민주화를 위해 매진하고 우리 경제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박 후보자가 이런 소신과 신념으로 최저임금 인상,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펼쳐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反기업 정서는 우려… 박 후보자 “겸허한 마음으로 노력”
벤처업계의 바람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의 ‘제2벤처 붐 확산전략’ 발표 등 전반적인 정책 흐름을 더 강하게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박 후보자의 강한 재벌개혁 소신이 자칫 반(反)기업 정서를 키울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각도 일부 있다. 거래관행 등의 개선은 필요하지만,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만큼 지나친 대기업 압박은 중소기업계까지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문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환부 도려내 듯 바꿔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등엔 힘 실릴 수 있겠지만 자칫 기업 전반을 억누르는 반기업 정서가 확산되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있다”면서도 “현재 정부 기조 자체가 혁신 창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박 후보자도 이 같은 기조를 따라 ‘혁신’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대와 우려를 박 후보자도 인식하고 있다. 박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 개각 발표 이후 소감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 3년차 엄중한 시기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선진국 정착을 위해 ‘중소벤처기업 중심경제’로의 대전환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가는 대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며 “요즘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 창업벤처기업가, 중소기업, 자영업, 소상공인들의 진정한 친구이자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