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이 서한을 통해 삼성전자(005930)에 선전포고를 한 것은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취했던 방식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양측 공방이 과거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벌어졌던 양상과 어떤 차이가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1%도 안되는 엘
삼성은 지난해 5월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주식 0.35주와 삼성물산 주식 1주를 교환하는 합병안을 전격 발표했다. 그로부터 9일 후인 6월 4일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 5927주)를 주당 6만 3500원에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엘리엇은 당시 ‘경영 참가 목적’이라고 취득 이유를 설명하고 “합병 조건이 공정하지 않아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같은날 엘리엇은 현물배당이 가능하도록 정관을 고쳐달라는 요구를 담은 서한을 삼성물산에 보냈다. 이번에 삼성전자에 회사 분할을 요구하며 취한 방식과 판박이다.
작년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당시에는 엘리엇이 주식 매수와 서한 발송을 거의 동시에 진행했지만 이번엔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먼저 공개했다는 점이다.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0.62%에 불과한 점을 미뤄볼 때 지분을 확보를 위한 추가적인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을 해볼 수 있다. 현재 이건희 회장과 특수관계인, 삼성 계열사 지분 등이 소유한 삼성전자 지분 약 18%다. 하지만 이미 선전포고를 한 상황에서 주식 매수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엘리엇의 의도가 지분 확대에 있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임시주주총회 직전에 공세를 시작한 것도 닮은꼴이다. 엘리엇은 지난해 7월 17일로 예정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위한 임시주총을 한 달여 앞두고 압박에 나섰다. 이번에도 오는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프린팅솔루션 사업부의 HP 매각을 결정할 임시주총을 3주 가량 남겨둔 상황이다. 그러나 임시주총의 성격이 달라 비교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엘리엇은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임시주총을 앞두고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압박에 나서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작년에 엘리엇은 삼성SDI와 삼성화재, 국민연금 등에게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하면 배임 혐의로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이번에도 삼성전자 주식 8.7%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삼성생명, 삼성물산 등을 압박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엘리엇이 임시주총 표 대결에서 패할 경우에는 양측간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공산도 있다.
한편 삼성 사장단이 최근 행동주의(activist) 펀드들에 대비한 주주친화정책에 관해 강연을 들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달 28일 삼성 수요사장단회의에서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대표가 ‘글로벌 헤지펀드 트렌드’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에서는 행동주의 펀드들의 최근 움직임이 다뤄졌으며 이들의 공격이 시작되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이익을 많이 배당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에 엘리엇과의 분쟁을 겪은 삼성 역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로 다뤄졌다. 쉽게 타깃이 되지 않도록 자사주 매입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삼성 사장단은 강연이 경각심을 다시 한번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반응이었다. 이상훈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사장)은 강연 이후 기자들과 만나 “행동주의 펀드를 조심하라는 내용이 주로 다뤄져 유익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