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일본 제조업을 이끈 자동차 기업들이 미래산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엔저’를 무기로 수출경쟁력을 강화해왔지만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앞으로 살 길을 찾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으로 발 넓히는 도요타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요타가 자회사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TRI)를 설립해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인공지능(AI) 연구의 틀을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질 프랫 TRI 최고경영자(CEO)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동차의 미래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에 있다”고 밝혔다. 이미 도요타는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자율주행차를 내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문을 연 TRI는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일반 로봇 등 AI와 관련된 총체적인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질 프렛 CEO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겸비된 로봇, AI가 도요타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차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 가사를 돕고 간호를 하는 보급형 로봇에도 도전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도요타는 구글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샤프트 등 로봇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도요타는 TRI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1200억엔을 들여 AI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전기차에, 수소차에…박차 가하는 닛산·혼다
닛산은 ‘저가’ 전기차에 주목한다. 중국 현지회사인 둥펑자동차와 함께 ‘베누치아e30’을 내놓은 바 있는 닛산은 현재 가격보다 20~30% 이상 낮은 전기차 모델을 여름 중국에 내놓는다. 이미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장악한 만큼, ‘저가’로 중국 시장을 돌파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환경오염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파격적인 보조금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전기차라는 신기술이 미국이나 유럽 보다는 오히려 중국 시장에서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카를로스 곤 닛산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국가 주도로 판매가 급속히 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혼다는 수소차에 주목한다. 이미 지난 3월 클라리티 퓨어셀을 내놓은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협력해 수소차 관련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비록 수소충전소 등 기반 시설이 마련되지 않은 만큼, 수소차 시장을 보는 불안한 시선도 있다. 그러나 혼다는 대기오염 없이 물만 배출하는 ‘궁극의 에코카’인 만큼, 수소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 평가한다.
일본 차 업체들은 치밀한 성능과 함께 엔저를 무기로 지난해 최고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주춤해지자 가격 경쟁력이 아닌 기술 경쟁력 확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차 업체들이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하되 겹치는 노선은 피하고 있다”며 “현명한 경쟁에 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