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 혼잡사태 재연…지지자·반대자 '신경전' 극심
로비만 들렀다돌아간 宋…"주위 괴롭히지말고 저 구속하라"
[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핵심인물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에 자진 출석한 가운데, 출석 현장엔 송 전 대표 지지자와 반대자들이 뒤엉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날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자진출석을 거부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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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9시, 송 전 대표가 예고한 출석 시간을 1시간 앞두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일대에는 송 전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자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전운이 감돌았다.
앞서 지난 2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관련 소환조사를 받으러 왔을 때도 지지자들과 반대자 수백명이 청사 일대에 운집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인 적 있다.
이 대표 출석 당시 서울중앙지검은 일반 시민의 청사 출입을 통제했지만, 이날은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사 입구에 마련된 포토라인엔 기자, 송 전 대표 지지자, 반대자, 유튜버 등 100여명이 몰렸다.
|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입장을 밝히던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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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전 대표의 출석이 임박하자 포토라인 곳곳에서 “시끄러워” “저 사람 좀 내보내요” “송영길 구속하라” “김건희나 구속해” 등 거친 고성이 오가기 시작했다. 정치 성향이 서로 다른 유튜버들은 상대 측을 비방하는 중계를 하거나, 몸을 밀치며 신경전을 벌였고 청사 방호인력은 폭력 사태를 막느라 진땀을 뺐다.
| 2일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검찰의 출석거부로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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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정각, 송 전 대표가 청사 로비에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일제히 “송영길 파이팅”을 연호했다. 송 전 대표는 말없이 포토라인을 통과하고 안내데스크에서 출입 절차를 밟으려 했지만, 청사는 조사 일정이 없다는 이유로 출입증을 내주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일방 출석하더라도 조사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착잡한 표정의 송 전 대표는 다시 청사 밖 포토라인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질서유지선이 무너지면서 현장은 극심한 혼란과 함께 거친 욕설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송 전 대표는 주변의 소음이 잦아들기까지 한참 뜸을 들인 뒤 입장문 낭독을 시작했지만, 그 와중에도 “고개 숙여 사과해” “대표님은 죄가 없다” “검찰 소설 그만 써라” “방탄 민주당 해체” 등 고성이 끊이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검찰은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하라”며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 모든 것은 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젊은 비서들을 찾아가 압수수색하고 임의동행을 명분으로 데려가 협박하고 윽박지르는 등 무도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며 “먼지털이식 수사로 주변 사람을 괴롭히고 인격을 살해하는 수사 행태가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큰 소리로 입장문을 낭독하던 송 전 대표는 수차례 마른기침을 하고 목이 타는 듯 도중에 물을 마시기도 했다.
|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중앙지검을 빠져나가는 가운데, 지지자·유튜버 등이 주위를 둘러싸고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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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문 낭독을 마친 송 전 대표가 청사를 빠져나가는 동안에도 시민들은 송 전 대표를 둘러싸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송 전 대표가 차량에 탑승해 현장을 벗어나자 지지자와 반대자들 간 또다시 가벼운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큰 충돌사태 없이 흩어졌다.
한편 검찰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등 민주당 관계자들이 2021년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총 9400만원을 살포했으며, 송 전 대표도 이들 행위에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송 전 대표의 주거지와 그의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를 압수수색하고 지난 1일에는 송 전 대표 경선 캠프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본격적인 강제수사에 나섰다.
송 전 대표는 이날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한 가운데, 검찰은 사건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강래구 씨에 대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송 전 대표 소환 및 구속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