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요즘 만화가 다시 인기입니다. 현재 극장가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이 흥행 중이죠. 웹툰 원작 드라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종영한 ‘신성한, 이혼’, 그리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모범택시2’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공연계에서도 만화의 인기가 느껴집니다. 만화를 원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 받은 뮤지컬 2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릅니다. 뮤지컬 ‘데스노트’, 그리고 서울예술단 ‘신과 함께_저승편’입니다.
◇기발한 설정 ‘데스노트’ 앙코르, 팬데믹 뚫고 돌아온 ‘신과 함께_저승편’
‘데스노트’의 원작은 만화가 오바타 타케시, 작가 오바 츠구미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한 동명 만화입니다. 이름을 적으면 죽는 ‘데스노트’라는 기발한 설정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도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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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한 동안 무대에서 보기 힘들었던 ‘데스노트’는 지난해 오디컴퍼니의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전 회차 전석 매진을 이어가며 침체에 빠져 있던 공연시장을 든든히 지탱했죠. 개인적으로는 ‘데스노트’가 코로나19 시기에 극장가를 이끌었던 영화 ‘탑건: 매버릭’과 비슷한 활약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인기에 힘입어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작품상, 연출상, 무대예술상, 남자조연상(강홍석)을 받았습니다. 앙코르 공연으로 지난 1일부터 서울 서초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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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예술단은 2015년 ‘신과 함께_저승편’을 초연했습니다. 원작을 무대 어법으로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7년과 2018년 관객과 다시 만났습니다. 2017년 재연은 객석점유율 99.7%를 기록할 정도 로 인기였습니다. 당초 2020년 대만 투어와 함께 국내 공연도 예정돼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아쉽게 공연을 취소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돌아온 ‘신과 함께_저승편’은 오는 1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합니다.
◇원작 정서 무대로 충실히 재현…상상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재미
‘데스노트’와 ‘신과 함께_저승편’ 이전에도 만화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은 다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 두 작품이 ‘롱런’을 할 수 있는 데에는 공통된 이유가 있습니다. 원작의 정서를 무대에서 충실하게 재현해냈다는 것입니다. 원작의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무대만의 매력을 가미해 원작의 팬도, 공연 마니아도 모두 만족시킨 경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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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진들도 원작과의 싱크로율을 유지하는데 힘을 썼다고 입을 모읍니다. 이수왕 의상 디자이너는 “알 수 없는 세상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류크의 경우 원작의 느낌을 어느 정도 유지하되 조금 더 ‘힙’하고 펑키한 스타일로 가미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성혜 분장 디자이너 또한 “사신의 콘셉트에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원작 만화에 최대한 근접함’이었다”며 “류크의 경우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치아와 혀에도 컬러를 더했고, 렘의 경우 최대한 원작의 헤어스타일을 살리면서 인간을 사랑하고 지키려 노력한 사신의 슬픔이 전달되도록 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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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원작과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캐릭터들이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특히 저승 삼차사로 등장하는 강림, 덕춘, 해원맥 역이 대표적인데요. 올해는 서울예술단 대표 단원인 이동규·서연정·최인형이 각각 강림·덕춘·해원맥 역을 맡습니다. 서울예술단 관계자는 “김자홍을 제외한 모든 캐릭터들이 인간이 아니라는 설정이기 때문에 만화 속 캐릭터를 그대로 구현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습니다.
만화는 그림과 글만으로 구성돼 있지만, 만화를 읽는 우리는 머릿속으로 그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만화 원작 영화, 드라마, 뮤지컬이 인기인 이유는 어쩌면 상상만 하던 것이 눈앞에 실제로 펼쳐지는 순간의 신기함을 경험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연말에는 일본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가 뮤지컬로 제작된다고 합니다. 공연계의 만화 열풍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