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파월 의장은 예상을 벗어나는 물가 폭등을 두고 고민을 동시에 드러냈다. 국제유가까지 배럴당 100달러 넘게 치솟고 있어, 자칫 긴축을 늦추면 손 쓸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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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 0.25%P 금리 인상”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하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이번달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는 오는 15~16일 열린다. 아직 2주가량 남아 있다. 그럼에도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폭까지 미리 언급한 건 전례를 찾기 어렵다.
월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혼란에 직면했다. 당초 이번달 0.50%포인트 인상 쪽으로 점점 기우는, 다시 말해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긴축 속도를 올리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기울었는데, 예기치 못한 전면전이 터져버렸다. 이 때문에 △전쟁 혼란을 반영한 제로금리 동결론 △전쟁 공포와 물가 우려를 절충한 0.25%포인트 인상론 △물가 폭등 우려에 따른 0.50%포인트 인상론 등이 두서없이 쏟아져 나왔다. 월가 금융사의 한 채권 어드바이저는 “파월 의장이 작심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줄이려 한 것 같다”며 0.25%포인트를 콕 집어 발언한 점을 놀라워 했다.
파월 의장은 또 다른 긴축 수단인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 시기의 힌트까지 내비쳤다. 그는 “이달에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8조 9281억달러(1경 749조원·지난달 말 기준)로 사상 최대다. 이달에 깊이 논의한 후 기준금리를 올리고 나서 QT를 시작하겠다는 게 파월 의장의 복안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중단할 필요성은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월가에서는 3월 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할 만한 언급은 다 나왔다는 반응까지 있었다. 그가 불확실성을 줄여주자, 뉴욕 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반등하며 화답했다.
파월 의장은 다만 고민의 일단 역시 드러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다”며 “유심히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우크라이나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더 많이 파악하면 (긴축 기조를) 신중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돈줄을 조이는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파월 의장이 갖고 있는 또 하나의 고민은 치솟는 물가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높을 경우 0.25%포인트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암시한 ‘신중한 긴축’과는 정반대의 언급이다. 추후 통화정책 방향은 신중한 긴축 가능성과 가파른 긴축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을 만큼 불확실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긴축 또 놓칠라…물가 폭등 우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긴축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지정학 위험에 따른 유가 폭등이 심상치 않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7% 급등한 110.60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112.51달러까지 치솟았다. 월가 주요 기관들은 속속 유가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는 기류다.
기름값 급등은 경기 침체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플레이션을 넘어 1970~8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마저 걱정해야 하는 요인이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마켓워치 기고를 통해 “지난해 연준은 역사상 최대 실수 중 하나로 기억될 인플레이션 오판을 했다”며 “연준이 무엇도 하지 못한 채 인플레이션은 악화했고 정책 설명에 대한 통제력까지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엘 에리언 고문은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