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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해줘서 고마워요'…황혜민·엄재용 부부 눈물 속 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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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17.11.27 14:33:25

한국 발레계 첫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
26일 ''오네긴'' 끝으로 유니버설발레단 떠나
열정적 ''회한의 파드되'' 마지막 무대 빛내
"최고의 정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어"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엄재용 부부(가운데)가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네긴’ 공연 후 진행한 은퇴식에서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 공연이 끝나자마자 객석을 가득 채운 2000여명의 관객들은 일제히 ‘발레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높이 들었다. 발레무용수로 마지막 공연을 마친 황혜민(39)·엄재용(38) 부부는 관객이 준비한 깜짝 이벤트에 벅찬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어 두 사람의 발레단 활동을 담은 영상이 무대 뒤편 스크린에 등장했다. 황혜민은 감정이 북받친 듯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내려봤다. 엄재용은 그런 황혜민을 다독였다. 영상이 끝나자 하늘에서 꽃가루가 떨어졌고 관객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끝내 눈물을 보인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황혜민·엄재용 부부는 이날 ‘오네긴’을 끝으로 발레단 활동을 공식적으로 마쳤다. 두 사람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은퇴 소식을 전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마지막이 아쉬울 만큼 열정적인 무대로 그동안 관객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했다.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 ‘오네긴’ 황혜민·엄재용 부부의 마지막 공연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이들 부부가 은퇴작으로 선택한 ‘오네긴’은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드라마 발레의 대가 존 크랑코가 안무한 작품이다. 오만하고 자유분방한 도시 귀족 오네긴과 아름다운 사랑을 갈망하는 순진한 소녀 타티아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기쁨·슬픔·회한 등 사랑의 여러 감정을 담고 있어 많은 발레무용수가 은퇴작으로 선택하는 작품이다. 강수진 국립발레단장도 이 작품으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에서 은퇴 공연을 가졌다.

황혜민은 15년의 춤 인생을 집약한 듯 사랑으로 기뻐하고 아파하며 후회하는 타티아나의 모습을 팔색조처럼 펼쳐 보였다. 엄재용은 자유분방했던 과거를 후회하는 오네긴으로 중후한 매력을 발산했다. 하이라이트는 세월이 흘러 다시 재회한 오네긴과 타티아나가 함께 추는 3막 ‘회한의 파드되’였다. 뒤늦게 사랑을 고백하는 오네긴에게 ‘당장 떠나라’고 단호하게 답한 타티아나가 주먹을 불끈 쥐고 오열하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져 나왔다.

이날 공연장에는 이종덕 단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장광렬 춤비평가, 발레리나 김주원, 소프라노 임선혜, 뮤지컬배우 박은태 등 황혜민·엄재용 부부와 절친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이들의 마지막을 함께 했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은 공연 시작 전 작품을 소개하면서 “춤이 곧 삶 자체였던 황혜민, 엄재용 두 무용수가 눈물과 열정으로 빚어냈던 수많은 무대를 기억하며 이들에게 더욱 뜨거운 사랑과 격려의 갈채를 보내주길 부탁드린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네긴’ 공연 후 진행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엄재용 부부 은퇴식(사진=유니버설발레단).


황혜민은 2002년, 엄재용은 2000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입단해 수석무용수로 발레단을 빛내왔다. 두 사람은 선화예중·고 선후배 사이로 학창 시절 첫사랑이기도 하다. 지난 2012년 8월 결혼해 한국 발레계의 첫 현역 수석무용수 부부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같은 발레단 무용수로 처음 호흡을 맞춘 것은 2002년부터다. 프랑스 파리 상젤리제 극장에서 열린 ‘2002 파리 21세기 에뚜왈 갈라’에 함께 출연했다. 2004년에는 ‘라 바야데르’로 전막 발레에서는 처음 주역으로 함께 무대에 섰다. 이후 두 사람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잠자는 숲속의 미녀’ 등 910여 회가 넘는 전막 공연에 출연해 남다른 파트너십을 보여줬다.

황혜민·엄재용 부부는 은퇴 이유로 “최고의 정점에서 행복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이 적절한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당분간 개인적인 행복을 찾는 시간을 찾을 예정이다. 무용수 활동으로 미뤘던 2세를 가질 계획도 갖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네긴’ 공연 후 진행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황혜민·엄재용 부부 은퇴식에서 관객들이 ‘발레해줘서 고마워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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