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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서울ICM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 측면에서 모두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대회에는 122개국에서 모두 5217명(국내 2645명·국외 2572명)의 수학자들 참여해 107년의 ICM 역사상 최대 규모로 치뤄졌다. 행사장을 다녀간 일반 관람객은 모두 2만여명으로 추정된다.
내용 면에서는 ICM 역사상 첫 여성 필즈상 수상자(메리엄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첫 개발도상국(브라질) 박사 출신의 필즈상 수상자(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석학연구원)를 배출해 남성과 미국·유럽 중심의 고착화된 세계 수학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서울 ICM 조직위가 아프리카와 아시아 등 개도국의 수학자들에게 대회 참가비 및 여행 경비를 직접 지원해주는 ‘나눔(NANUM) 프로그램’은 세계 수학계에서 모범적 사례로 기록됐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84개국 650여명의 개도국 수학자들은 최신의 수학분야 업적을 접하고 최상위급 수학자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게 됐다.
한국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세계 11위로 평가되는 수학실력을 최상위군인 10위 안에 진입시키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선 유망한 젊은 수학자들게 더 나은 연구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는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은 직업을 찾아야 해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쉬운 문제를 찾는다”며 “ICM 개최를 통해 세계적 수학자들을 접하면서 (한국 수학계에도) 위험을 감수하는 문화가 생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열심히 연구하면 실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 연구환경이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학문적 인프라”라며 “필즈상은 여기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7년부터 서울 ICM을 준비해온 박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대회를 위해 정말 최선을 노력을 다했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다. 대회기간 내내 행사진행과 주요인사 의전 등으로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서도 이탕 장 미 뉴햄프셔대 교수와 같은 세계적 수학자들의 통역을 직접 맡는 모범을 보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7년간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수학계에서 할 일이 끝나 보이진 않는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수학연맹(IMU) 집행위원에 선출된 만큼 앞으로는 세계 수학계에서 국제 회의와 관련 사업 등을 맡아 일하게 된다. 또한 본업인 교수직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다소 소홀했던 연구활동과 제자교육 등에도 신경 쓸 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