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5명 중 2명이 의사협회의 집단휴진에 동참했다. 응급 진료인원 등 필수인력이 참여하지 않아 우려했던 진료공백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의료제도에 대한 불만이 높아 24일 예고된 2차 휴진에 참석하는 전공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전공의 1만7000명 중 7190명이 의사협회 주도로 추진 중인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참여 병원은 수련병원으로 등록된 230여곳 중 63곳에 달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인력은 참여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보다 휴진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만 총 1300여명의 전공의가 집결했다.
당초 대학병원에서 수련을 받는 전공의들의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휴업에 대해 미온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다. 그러나 정부가 집단휴진에 참여하는 의사들의 영업정지나 면허취소도 추진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보이면서 휴진 참여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정부가 의사를 범죄자로 취급하고 의사단체를 범죄집단으로 취급하고 있기 때문에 환자 진료에 매진하던 의사들이 투사가 됐다”고 말했다.
원격의료나 영리자회사 설립 등의 정부 정책 뿐만 아니라 고질적인 전공의들의 처우 불만이 집단휴진 참여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 2010년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전국 전공의 9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학병원 레지던트 5명 중 2명은 주당 10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한 전공의가 “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10개월 동안의 당직수당을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 지급해달라”며 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송명제 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전공의들은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을 노동하고 하룻밤 당직비로 1만원을 받는 노동자일 뿐이다”면서 “전공의들도 특별하지 않은 ‘88만원 세대’라 불리우는 불안한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 노동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휴진을 결정한 한 전공의는 “최근 의료제도의 변화가 보이지 않아서 휴진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주당 최대 근로시간 80시간, 주 3회 당직초과 금지 등 전공의들의 처우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날 전공의들이 예상보다 높은 휴진 참여율을 보임에 따라 24일부터 예고된 2차 휴진에서는 참석률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협회에서 열린 전공의 투쟁에 참석한 한 전공의는 “원격의료와 영리자회사 허용은 환자 진료에만 몰두하려는 의사들의 본분에 역행하는 정책이다”면서 “전공의들도 대부분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파업 전공의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