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쿨존서 음주 사망사고 낸 40대, 징역 20년 구형

이재은 기자I 2023.05.02 12:42:20

지난해 만취 운전 중 강남 초교 앞에서
9세 아이 들이받고 현장 이탈해 숨지게 해
아버지 “안타까운 사고 다시는 없게 해달라”
檢 “현장 이탈해 구호조치 안 해…엄벌 필요”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만취 운전을 하던 중 서울 강남의 한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초등학생을 치고 현장을 벗어나 숨지게 한 운전자에게 징역 20년이 구형됐다.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강남구 세곡동 스쿨존 인근 교통사고 현장에 추모 물품이 놓여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최경서)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40)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현장을 이탈해 적극적으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사건으로 위법성이 매우 중하고 피해자 측 과실도 없다”며 “최근 대법원이 유사 사안에 대해 양형 기준을 최대 23년으로 대폭 상향한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2일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만취한 채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운전하던 중 하교하던 B(당시 9세)군을 들이받고 현장을 이탈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 농도 수치는 면허 취소 수치(0.08%)를 훌쩍 넘는 0.128%였다. 언북초 인근에 살던 A씨는 B군을 차량으로 친 뒤 자택 주차장까지 운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B군의 아버지는 이날 결심 공판에서 “그날따라 더 큰 목소리로 ‘회사 잘 다녀오시라’고 했던 아이가 싸늘한 주검으로 누워 있었고 저는 정신을 잃고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당장 ‘아빠’하고 돌아올 것 같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사고 이후 쓰러져 있는 아이를 방치하고 떠나는 모습, 그리고 법정에서 뺑소니 혐의를 부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우리를 너무나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며 “단차가 거의 없는 빗물 배수로인 줄 알았다는 가해자의 변명은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음주운전은 너무나 큰 범죄 행위이고 뺑소니는 절대 생각할 수 없는 선택이며 스쿨존 사망사고는 그 어떤 사고보다 중한 범죄임을 판시해 다시는 이와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

A씨는 최후 진술에서 “저는 세상에서 일어나지 말아야 할 끔찍한 일을 저지른 죄인”이라며 “제 목숨을 내놓아서라도 아이가 다시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앞서 그는 지난 1월 열린 첫 공판에서 음주운전, 위험운전치사 등은 인정했지만 도주치사 혐의는 부인한 바 있다.

A씨의 선고공판은 오는 31일 오전 10시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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