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3일 열린 변론종결에서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모두 무죄를 주장해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검찰은 이날 최 회장에 대해 종전과 같이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최재원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5년,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을 각각 구형하는 등 종전의 구형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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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사건의 공동 피고인이자 핵심 증인인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만 횡령을 위한 펀드 출자와 선지급 사실을 인정하면서, 재판부에 은전(恩典)을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검찰 “최 회장 투자금 위해 횡령”…재판부와 시각차
3일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범행 동기가 “최재원 부회장이 김원홍 씨로부터 투자 재개를 권유받고, 김원홍 씨와 공모해 김준홍 전 베넥스 대표에게 500억 상당을 SK C&C 주식담보 없이 만들라”고 했다는 재판부의 시각(예비적 공소사실)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이 훨씬 진실에 부합한다”며, SK C&C 주식을 담보로 최태원 피고인의 자금을 만들려 했다는 김준홍 전 대표의 수사과정 진술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사건 범행 동기는 법원 권고 사실과 달리 “최태원 회장, 최재원 수석부회장,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공모해 최태원 회장의 김원홍(전 SK해운 고문) 씨에게 보낼 투자금 마련과 기존 채무의 변제를 위한 금융비용 마련을 위해 횡령했다”는 게 맞는다는 얘기다.
검찰은 “설사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해도 핵심은 계열사 펀드의 사적 유용이고, 주체는 최태원 피고인이 명백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문용선 부장판사는 “주위적이냐 예비적이냐 문제는 별로 크게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섰다.
◇최 회장 형제 무죄 주장…김원홍에 속은 것
그러나 최재원 부회장 변호인은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 공소사실은 자금 사용 주체가 최태원 피고인이냐, 최재원 피고인이냐 등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준홍 피고인은 최 부회장이 3차 송금 때 관여했다고 했다가 구체적인 이유를 대지 못하자 몰랐다고 말을 바꾸는 등 항소심에서 거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김준홍의 진술만 유죄의 증거로 보기 어렵다”면서 “(두 형제는 몰랐다는 내용이 담긴 김준홍과 김원홍 간) 녹취록도 증거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 부회장 변호인은 “주위적 공소사실이냐 예비적 공소사실이냐를 양자택일할 게 아니라, 무죄추정의 관점에서 피고인의 주장에도 귀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최태원 회장 변호인도 “최태원 피고인이 충분한 검토 없이 선지급을 도운 게 횡령의 계기가 돼 깊이 반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횡령자금의 실제 수요자가 김원홍이었다는 점, 김원홍이 최태원, 최재원, 심지어 김준홍 피고인까지 속였을 수 있다는 점, 최태원 피고인은 언제든지 C&C 주식을 담보로 대출할 수 있었는데 불과 1~2개월 450억 원을 쓰자고 계열사 펀드까지 구성했겠느냐는 점 등에서 합리적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도 “저는 개인투자 목적이든 동생 투자를 돕기 위해서든 횡령을 위해 펀드를 만드는 일에 공모한 적 없다”면서 “제가 증명할 방법이 없을 수 있겠지만, 우리 그룹의 중요한 동력인 펀드를 만들기 위해 2011년 11월까지 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개인 횡령에 그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펀드를) 이용했겠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문용선 재판장은 “이 사건 펀드는 엉터리 펀드인데, 최태원 피고인 말이 이해가 안간다”고 말해, 의심을 버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