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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채권시장 거품이 쇼크로 "부메랑"

이정훈 기자I 2003.03.12 17:19:07

과도한 유동성이 단기부동화· 선물시장 확대, 파장 키워

[edaily 이정훈기자] 12일 채권시장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부터 촉발된 충격에 맥을 못추고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쇼크상태에 빠졌다. SK글로벌이 방아쇠를 당겼지만, 채권시장은 이미 과도한 유동성으로 인한 거품 형성으로 붕괴의 조건을 갖춰가고 있던 상황이었다. 채권 현물과 선물시장 모두 패닉상태에 가까운 매도공세를 경험했다. 국고3년 금리는 증권협회 최종호가 기준으로 전일대비 51bp 급등한 5.20%를 기록해 지난 98년 3월31일의 245bp에는 못미쳤지만, 98년 10월19일 기록한 50bp를 앞지르며 환란 이후 두 번째로 큰 일중 상승폭을 기록했다. 국채선물 3월물 지수도 전일대비 156틱(1.56포인트) 급락한 107.27포인트로 장을 마감해, 지난 2001년 10월11일 기록한 일중 최대 하락폭인 134틱을 넘어선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장은 선물가격 급락이 앞장서 현물 수익률 급등을 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SK글로벌이 편입된 펀드 환매에 따른 부담으로 채권을 팔아야하는 투신에서는 현물을 팔지 못하자 선물을 먼저 내다 팔았고 딜링에 치중하던 증권 상품에서도 매수 포지션을 황급히 정리했다. 특히 장중에는 채권시장 "큰 손"인 농협이 대규모 MMF 환매를 주도한다는 얘기까지 나돌며 불안심리를 키웠다. 정오로 가까워지면서 현물시장에서는 매수호가가 자취를 감췄고 오후에는 선물 매도와 매수호가간 갭이 크게 벌어져 매도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못하는 상황이 되버렸다. 이렇게 되자 시장 참가자들은 "패닉 상황이다. 무너진 심리를 살리는데는 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다"며 손놓고 구경만 하는 모습이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마진콜을 생각하면 현금 확보를 위해 매도할 수 밖에 없고 이는 또다른 로스컷을 부르게 된다"며 "오늘같은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다만 이날 악재가 과도한 금리하락이라는 내부요인과 시스템적인 문제에서 촉발됐다는 점에서 지난 99년 몇 차례 금리 급등 때와 유사하지만 실제 시장 충격은 예상보다 컸던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지난 99년 1월 금리가 단기간 과도하게 하락한 가운데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과 소로스 등의 미국 증시침체 경고, 브라질 금융불안 등 악재가 겹쳤지만, 하루 상승폭은 43bp에 그쳤다. 또 경기가 급속하게 회복되면서 인플레 기대심리가 형성되던 중 대우사태로 인해 투신권 환매가 급증하던 99년 7월23일에도 32bp 상승에 그쳤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최근 북핵문제, 외평채 가산금리 상승과 달러/원환율 급등, SK사태 등이 겹치면 체계적 위험에 대한 우려감이 만만치 않은데다, 저금리 하에서 단기 부동화된 자금이 넘쳐난 시장 상황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가 달러/원환율 급등에 일조했고, 단기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은 막지 못한 가운데 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오히려 은행 등의 자금운용 수단을 채권쪽으로 한정시킨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그간 시장 우호적인 요인들 자체가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다. 한 증권사 매니저는 "최근에는 BBB등급 회사채도 품귀현상을 빚을 정도로 시중 자금이 넘쳐났다"며 "이로 인해 무시해온 프라이싱(pricing)에 대한 회의감이 SK사태를 계기로 터져나온 것"이라며 "단기채 매수로 장기금리를 끌어내려온 MMF가 이제서야 뒤통수를 친 셈"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과거와는 달리 국채선물 시장이 현물을 움직일 만큼 커져버린 상황에서 외국인의 시장 주도력도 높아져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요인이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만기가 불과 3거래일 남은 상황에서 1만3000계약 이상 누적순매수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외국인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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