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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절을 앞둔 2월초 중국 후난성 창사 지역의 어느 한 회사에서 연차총회가 열렸다. 정장을 차려입은 엄숙한 표정의 회사원들이 가득 차 있을 줄 알았는데 회의장은 예상과 너무 달랐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형형색색의 가발과 옷을 입은 직원들이 주변을 가득 메웠다. 바퀴벌레나 재물의 신 같은 특이한 분장을 한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가 진행되면서 한 명씩 무대로 나와 공연을 펼칠 때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 분장을 한 사람들은 모두 자유롭게 어울리며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이 회사가 주최한 연차총회는 일반적인 회사와 다르게 ‘못생긴 옷 공모전’ 형태로 열렸다. 누가 가장 ‘못난이’이를 겨루는 행사였던 것이다. 네모난 선글라스에 빨간색의 가발을 차고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있던 한 직원이 1위를 차지했는데 상금으로 1만위안(약 185만원)을 받았다.
1위에 오른 직원은 “이런 못난 옷차림이 너무 과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 보니 회사가 과감한 행동을 하도록 격려하는 것 같다”며 “정말 재미있는 행사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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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주최한 기획자는 2000년대 이후 태어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링링허우’(00后) 세대 직원이다. 중국에서는 세대를 지칭할 때 지유링허우(90년대생), 빠링허우(80년대생) 등으로 말하는데 2000년대 이후, 즉 20대 직원이 이번 기괴하고도 웃긴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행사 기획자 장씨는 “연차총회를 위해 보다 편안하고 흥미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를 바랐다”며 “편안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직원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을 더 잘 드러내고 회사의 따뜻함과 보살핌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회사의 행사 소식이 온라인에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이런 분위기가 좋은 회사에 가고 싶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링링허우가 연차총회를 준비하면 전통을 깨는 이 같은 ‘미친’ 짓을 할 수 있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직장에서 2000년대생들의 새로운 모습을 포착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 전통적이고 경직된 직장 문화에 만족하지 않고 창의력을 통해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새로운 문화를 열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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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과거 ‘90년생이 온다’에 이어 최근 ‘2000년생이 온다’라는 책 출간 소식이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일명 MZ세대(1980년대부터 2010년 정도까지 세대를 이르는 말이지만 사실상 20~30대를 지칭한다)로 분류되는 젊은층의 사회 유입에 따른 변화에 관심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직된 문화를 갖고 있는 중국에서도 이러한 변화의 물결이 감지되고 있다.
한편 중국의 한 기업 HR보고서에 의하면 기업 임원의 80% 이상은 다채로운 기업 문화 활동이 긍정적인 기업 분위기를 높이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응답했다. 직원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은 재미있을 뿐 아니라 동기를 부여하며 소속감을 키운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