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형벌 줄이고 대기업 사익편취 기준 개정

조용석 기자I 2022.06.16 14:00:00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공정거래법 형벌, 행정제재 전환 또는 합리화
사익편취·부당지원, 합리적 기준 마련…연구착수
기술탈취 엄벌…징벌적 손배 강화 및 형사처벌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가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공정거래법 개선에 나선다. 또 한진 소송 패소를 계기로 대기업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기준도 새롭게 마련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정부는 16일 관계장관 합동으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공정거래 관련 내용이 포함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새경방)을 발표했다. 새 정부 경제운용 4대 기조 중 하나인 ‘공정’에 따라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되,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병행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 공정거래법 형벌, 행정제재 전환 또는 합리화

먼저 정부는 경제법령상 형벌이 기업활동을 과도하기 제약하지 않도록 행정제재 전환이나 형량의 합리화를 추진한다. 공정거래위원회 소관 법률인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등에 달린 다수의 형벌조항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공정거래법은 시장경제체제의 기본원리인 ‘기업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과도한 형벌조항이 오히려 기업을 위축시키고 이중처벌 우려도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활동 중 일어나는 위법 행위를 업무상 횡령·배임이나 탈세와 같은 명백한 범죄와 동일하게 다룬다는 비판이 컸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공정거래법의 과잉 형벌화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도 차이가 크다. 학계 등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대다수는 공정거래법에 담합(카르텔)을 제외하고는 형벌조항이 없다. 반면 한국은 공정거래법상 담합·시지남용·불공정행위 모두 형벌조항이 있는 OECD 국가 중 유일한 나라다.

정부는 이 같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공정위·기재부 등 관계부처 TF를 통해 주요 과제를 먼저 발굴·검토하고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 사익편취·부당지원, 합리적 기준 마련

정부는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 규제에 대한 심사지침도 개정한다. 공정위가 제재한 한진의 일감 몰아주기 사건이 법원에서 패소한 것을 계기로 ‘부당성 기준’을 새로 만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2016년 11월 구 공정거래법 23조의2(현 47조) 사익편취 조항을 적용, 대한항공이 싸이버스카이와 유니컨버스에 광고수익을 몰아주거나 시설이용료를 과다지급하는 방식으로 부당이익을 제공했다고 제재했다. 하지만 ‘부당성 판단’을 하지 않았던 공정위와 달리 법원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이익의 규모 등을 따져 부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한진 측의 손을 들어줬다.

정부는 사익편취에서 효율성 증대 등 예외인정 요건을 마련하고 이익의 부당성 판단기준 등에 대해 대법원 패소 판례 등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까지 구체화한다. 이미 공정위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기 위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사진=연합뉴스)


기업들이 자신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쉽게 예측할 수 있도록 거래 규모를 반영한 안전지대 기준도 신설한다. 현재는 정상가격, 지원금액 등 불확정 개념으로 규정, 사업자가 사전 판단하기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내로 거래총액 등 객관적 기준으로 규정을 새롭게 정비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3월부터 관련 연구용역 사업을 발주했다.

기술탈취 행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화하고 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제도 운용하게 된다. 사법당국의 기소·판결 사례를 분석해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의 고발에 관한 지침도 개선한다.

이밖에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방안 마련하고 올해 하반기부터 시범운영도 실시한다. 또 플랫폼 특화 불공정행위 심사지침 마련 등 모니터링 지속 병행한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추진동력이 약해지면서 함께 지연됐던 ‘온라인플랫폼 심사지침’은 조만간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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