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날린 지 하루만에 차관도…'트럼프의 뒤끝' 시작됐다

김보겸 기자I 2020.11.11 11:54:45

에스퍼 트윗 경질 하루만에 차관대행도 사임
오바마에 "테러 지도자" 비난한 충성파 선임

트럼프 대통령(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국방장관을 트위터로 해임한 뒤 하루 만에 미 국방부 차관대행도 사임했다. 빈 자리는 ‘트럼프 충성파’ 인사가 채웠다. 대선 불복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부 안에서 충성도가 낮은 인사를 교체해 임기 말 권력 누수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날 제임스 앤더슨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직무대행이 사임했다. 하지만 그가 사임을 요구받은 것인지는 불분명하다고 CNN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앤더슨 대행이 백악관과 자주 충돌했던 점을 고려하면 며칠 안으로 사임을 요구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앤더슨 대행은 2018년부터 국방부에서 근무하다 지난 2월 존 루드 정책담당 차관이 해임되며 대행을 맡았다. 당시 루드 차관은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의회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가 미운털이 박혀 경질됐다.

앤더슨 대행의 빈자리에는 육군 준장 출신인 앤서니 테이타가 낙점됐다. 그는 트럼프의 ‘충신’이자 전 폭스뉴스 해설자다. 당초 루드 차관이 경질되면서 후임으로 지명됐지만 과거 혐오발언 등이 구설에 오르며 초당적 반대로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테이타는 2018년 트위터에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미국에 해를 끼치고 이슬람 국가를 돕는 데 더 많은 일을 했다”며 “테러 지도자”라고 칭하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 ‘보복성 인사’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현실화하는 가운데,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정권 교체기에 국방수장을 교체하는 것은 자칫 국가 안보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경질하는 등 인사권을 휘두른 데 대해 국방부 내부에서 “독재자의 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에스퍼 장관을 경질한 뒤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이 잘 할 것”이라고 적었다 (사진=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 칼부림에 피해를 떠안는 쪽은 조 바이든 측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전문성을 갖춘 안보 수장들을 제거하면 새로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로 해고한 에스퍼 장관의 후임인 크리스토퍼 밀러 대테러센터장에 대해 “대테러 분야에 전문지식을 갖췄지만 (안보 전반에서는) 비교적 전문성이 낮다”고 평가하며 “국방부에서는 그랜드 플랜이 무엇인지에 대해 아무도 이해를 못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인사가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앤더슨 대행의 사임으로 이번 주에만 안보 고위급 인사 4명이 직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에스퍼 해임은 ‘트럼프 뒤끝’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산 다른 안보 최고위급 인사들도 보복성 인사의 칼날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이나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이 추가 경질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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