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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란 타이틀을 벗겨내고 tvN 예능·드라마의 상징이 된 나영석·신원호 PD, tv조선 ‘미스트롯’, ‘아내의 맛’을 탄생시킨 서혜진 PD의 성공 사례를 면면이 살펴봤다.
◇시대 정신 꿰뚫고 예능 세계관 구축
KBS에서 tvN으로 이적을 택한 나영석 PD는 연예인 출연진 위주로 돌아가던 기존 프로그램의 시스템을 깨고 창작자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성공을 이끌었다. KBS에서 ‘1박 2일’로 대중에게 친숙해져 있던 그는 tvN에서 힐링, 여행, 먹방(먹는 방송)을 소재로 전혀 다른 성격의 예능을 선보여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꽃보다 할배’, ‘꽃보다 누나’ 등 ‘꽃보다~’ 시리즈를 비롯해 ‘삼시세끼’, ‘신서유기’ 시리즈는 삶의 질 향상으로 초점이 옮겨간 시대정신과도 맞물려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물론 시리즈란 명분에만 안주해 답습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럼에도 ‘힐링’ 키워드를 창작자만의 색깔로 다양히 변주함으로써 자신만의 브랜드를 공고히 했다는 평가다.
김성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구현되던 ‘세계관’ 개념을 예능에서 구현한 건 나영석 PD가 처음”이라며 “시청자를 출연자보다 창작자에 먼저 눈을 돌리게 만들어 콘텐츠의 중요성을 환기해내게 만든 건 대단한 업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특히 그가 내놓는 예능은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 일상 트렌드, 시대정신 등을 모두 꿰뚫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마음가짐 변화에 누구보다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성공 비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한편 나영석 PD는 최근 숏폼 옴니버스 예능 ‘금요일 금요일 밤에’로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나영석 PD는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 변화에 따른 수요(needs)에 제작자가 맞춰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기획의도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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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예능PD에서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로 ‘히트작 메이커’로 변신한 신원호 PD 역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2년 나영석 PD와 함께 CJENM 이적을 택한 신 PD는 이우정 작가와 함께 드라마 ‘응답하라 1997’(2012)을 선보였다. 예능 PD의 영역을 넘어선 낯선 도전에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장르를 바꾼 대신 확장했다고 봐달라”고 요청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이후 시대적 배경을 더 앞당긴 ‘응답하라 1994’(2013)와 ‘응답하라 1988’(2015)는 전작의 인기를 훌쩍 뛰어넘어 그 시대 문화를 추억하는 ‘복고’ 열풍을 이끈 선구적 아이콘으로 거듭났다. 신원호 PD의 성공에 힘입어tvN에서 예능, 드라마 PD들이 각자의 영역을 넘나드는 시도가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신원호 PD 만큼의 화제성을 얻지는 못했지만 ‘세 얼간이’의 유학찬 PD가 드라마 ‘아홉수 소년’을, ‘SNL 코리아’를 연출한 백승룡 PD가 드라마 ‘잉여공주’와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연출해 신선한 소재를 활용한 신선한 실험으로 호평을 얻었다.
신원호 PD는 “1초도 재미있어야 하는 예능의 속성을 드라마에 살렸다”며 “기존의 드라마 작법을 따라가는 대신 타이트한 전개를 띤 예능의 장점과 디테일을 활용하는데 집중했다”고 비결을 밝혔다.
신원호 PD가 이후 선보인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도 케이블 방송에서 보기 드문 최고 시청률 11.2%로 성공리에 막을 내렸다. 오는 2월 방영을 앞둔 ‘슬기로운’ 두 번째 시리즈인 ‘슬기로운 의사생활’도 방영 전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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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SBS에서 TV조선 예능국장직으로 이적해 ‘아내의 맛’과 ‘연애의 맛’, ‘미스트롯’을 연이어 히트시킨 서혜진 PD는 관찰 예능과 오디션 등 기존 예능에서 볼 수 있던 익숙한 포맷을 채널의 성격과 시청층의 특성에 맞게 포장해 성공으로 이끈 케이스다.
특히 지난해 트로트 가수 송가인을 배출하며 화제를 이끈 ‘미스트롯’은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수도권 기준)로 종편 예능의 역사를 새로 썼다. 최근 방영 중인 ‘미스트롯’의 남자 버전 ‘미스터트롯’ 역시 2회 만에 전체 시청률 17.9%로 ‘미스트롯’의 기록을 제치고 종편 예능 사상 최고 시청률 경신을 눈 앞에 두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보편성과 대중성을 지닌 예능 포맷으로 젊은 시청층을 유입하려 하되 기존 채널의 주된 시청층인 중장년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트로트’란 소재를 적절히 입혀 차별성을 더한 전략이 통한 것”이라며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재방송을 많이 배치하는 편성 전략도 인기에 한 몫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