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인한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 축소 뿐만 아니라 상품 공급가 인상, 서비스 축소 등이 불가피해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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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소상공인 한계 상황…“생존 위협”
기자회견에 참여한 15개 업종별 협동조합 및 협회 대표들은 입장문을 통해 “주휴수당을 고려하면 기업이 체감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1만1500원이며 4대 보험, 퇴직금 등까지 고려시 기업의 부담은 더욱 커진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생존 위협에서 벗어나 일자리 창출을 지속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 동결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대응 여력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3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 위기에 원자재 가격 급등,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경영 환경이 악화돼서다. 실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발표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4%는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종목 한국용접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경기 불황에 원자재 가격 인상, 공공요금 부담 급증으로 중소 제조업 경영상황이 초토화됐다”며 “최저임금까지 크게 인상된다면 회사 존속이 어렵다. 특히 제조업의 근간인 뿌리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축소·물가 상승”
중소기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시 고용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최저임금특위 위원장)은 “주유소 업종은 과거 평균 고용 인원이 5.3명이었으나 지금은 3명이 채 안 된다”며 “인건비가 급격하게 상승한 탓에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고용 인원을 줄였다”고 토로했다.
민선홍 한국디지털출력복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몇 년간 인건비가 급등하며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등 무인 매장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출력복사업계에선 로봇팔을 활용한 설비 자동화에 관심이 많은데 도입 비용이 8000만원으로 2년 치 인건비 수준이라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비자 편의를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했다. 영업시간 단축으로 소비자 편의성이 떨어지고 상품 공급가 인상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슈퍼마켓, 편의점, 주유소 등은 노동집약적 서비스업으로 인건비가 전체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 비용이 오르면 영업시간을 조정하거나 상품 공급가를 인상해야 하는데 결국 소비자 불편이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소기업계를 포함한 경영계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제시한 상태다.
최임위 사용자 위원인 김문식 위원장은 “실제로는 (최저임금을) 삭감해야 할 상황인데 최초제시안으로 동결을 냈다”며 “협상용이 아니라 그만큼 절실하고 절박하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경영계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서 업종별 구분적용이 부결된 만큼 최저임금 동결을 사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어 양측의 간극을 좁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 노동계는 올해보다 26.9% 인상된 시간당 1만2210원을 최임위에 제시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경제 6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과 관련해 “어려운 경제 여건을 극복하고 내년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위해 기업, 국민, 노동자, 공공부문 모두 고통 분담이 필요하다”며 “경제적 고통 속에 임금 지급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의 호소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