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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왜 연신내지구대만 거나요"...'미친개' 발언에 경찰 반발 확산

노희준 기자I 2018.03.26 12:09:00

"응집력 보여야 무시 행태 사라져" 등 항의 글 잇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 의지도 담겨 있어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의 “경찰은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 발언에 대한 항의 플래카드가 지난 24일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지구대 건물 외벽에 걸려있다. <사진=조해영 기자>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항의) 현수막(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은 왜 서울의 한 지구대에만 걸렸나요. 다 걸어야죠. 응집력을 보여야 정치인들이 경찰을 무시하는 행태가 사라질 겁니다.”

경찰을 향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미친개’ 발언을 두고 일선 경찰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경찰관들의 온라인 모임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경찰인권센터’ 페이지에는 항의 관련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11시쯤 올라온 항의 현수막 확대 촉구 글에는 26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50여 명의 지지 목소리가 뒤따르고 있다.

현직 경찰 커뮤니티인 폴네티앙 회장을 맡은 류근창 경남경찰청 경위도 이날 한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들쥐 눈엔 들쥐만, 부처님 눈엔 부처만 보인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이지 미친개가 아니다’라는 표어를 든 경찰들이 인증샷을 잇따라 SNS에 올리고 있다”며 “경찰 내부망에는 불과 3일 사이에 한 1000건의 사진이 올라오는 등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앞선 지난 23일에는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에 장 의원의 발언에 항의하는 현수막까지 내걸렸다. 현수막 설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어지고 있는 항의 ‘인증샷 릴레이’보다 무게감이 크다.

현수막에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 돼지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돼지로 보이고 부처의 눈으로 보면 이 세상이 부처로 보인다’는 뜻의 무학대사의 글귀가 담겨 있다.

이는 장 의원이 지난 22일 경찰을 ‘몽둥이가 필요한 미친개’로 비난한 데 대한 우회적 비판이다. 장 의원은 지난 16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지방경찰청이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 수사를 위해 울산시청을 압수수색하자 이에 강력 반발하는 뜻으로 ‘미친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런 일선 경찰들의 반발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경찰들의 반발 움직임에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한 경찰들의 의지도 함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과장(경정)은 “표면적으로는 경찰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뿐만 아니라 수사권을 놓고 경찰을 길들이려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며 “경찰 내부적으로 우리 스스로 느끼는 자신감도 어느 정도 축적됐다”고 말했다.

실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장 전 의원 발언에 대해 경찰이 반발하자 페이스북을 통해 “공당의 대변인을 핍박하는 것을 보니 경찰에 더 센 권한을 주면 국민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수사권 조정과 이번 사안을 묶어서 보고 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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