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우리 지역은 행복주택이 들어오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대학생 특화지구로 개발하기 때문에 침체된 지역의 분위기도 바뀌고 상권도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근 서울 경의선 가좌역 근처에서 만난 한 주민은 2017년 362가구 규모로 들어설 행복주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행복주택이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이 주로 생활하는 주거 형태라면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근에서 만난 많은 지역 주민들, 그리고 상가와 부동산 관계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가좌 행복주택지구가 6개의 시범지구 중에서 가장 먼저 지구계획과 주택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상반기 착공 준비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우호적인 지역 정서가 반영된 결과다.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이 들어서는 곳은 늘 지역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임대주택을 반대하는 갖가지 논리들이 전면에 등장하지만, 임대주택으로 인해 지역 환경이 나빠지고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님비’(지역 이기주의)를 빼놓고는 설명이 안된다. 여기에 복지지출 증가를 우려하는 지자체와 표를 의식하는 지역 정치인까지 가세하면서 갈등이 증폭돼 왔다.
임대주택이 가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인과 장애인 등이 주로 밀집해 거주하다보니 지역 사회의 활력이 떨어졌다. 임대주택 거주민에 대한 사회적 배제나 낙인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가좌지구 행복주택은 대학생 특화지구라는 접근법으로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을 해결하는 동시에 임대주택에 대한 지역사회의 편견을 깨는 새로운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임대주택의 입주 계층을 다양화하려는 시도는 또 살펴볼 수 있다. 국토부는 올해부터 원룸형 매입·전세임대주택를 공급할 경우 지자체장이 공급량의 30% 범위에서 입주자를 자율 선정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지금까지 매입·전세임대주택은 1순위인 기초생활수급자 및 한부모 가정 수가 많다보니 2순위인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 50% 이하 가구, 특히 청년층은 입주 기회를 얻기 힘들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매입·전세임대주택은 기초생활수급자 위주로 채워지다 보니 님비현상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며 “지자체의 특성에 따라 입주 계층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대주택의 입주 계층을 다양화함으로써 지역사회의 편견을 깨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다만 무턱대고 입주 계층을 다양화하면 가장 주택이 절실한 빈곤층이 주거 불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임대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