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잠잠하던 서울 전세시장이 강남에서 시작되는 재건축 이주수요 탓에 또 한 번 광풍이 몰아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세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강남지역 아파트 전셋값이 한달새 수천만원 급등했다. 여기에 저렴한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이 주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전세시장 불안이 인근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하반기 청실아파트 등 강남 재건축 이주로 발생한 전세난이 올해 역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올 하반기 서울시에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송파구 가락시영 1200가구(조합원),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637가구, 신반포 1차 790가구 등 2627가구가 연내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야 한다. 가락시영의 경우 전체 6600가구 중 조합원을 제외한 세입자 4400가구도 내년 상반기까지 새로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
학군수요, 신혼부부 수요 등 기존 수요 외에도 재건축 이주수요까지 전세시장에 몰리면서 강남지역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국민은행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송파구와 서초구 아파트 전셋값은 평균 1.05%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0.5% 상승한 걸 고려하면 이 지역 전셋값 상승률이 2배 정도 높다.
조미희 일진공인(송파구 가락동 금호아파트 단지내 상가) 대표는 “금호아파트 전용면적 60㎡ 전세가는 8월만 해도 2억3000만~4000만원 선이었지만 현재는 2억6000만~7000만원에 거래된다”며 “기존 세입자 역시 재건축 이주수요 탓에 전세 구하기가 어려울 걸 예상하고 아예 전세대출을 받아 재계약 하는 사례가 많아 전세물건이 귀해졌다”고 말했다. 아파트에서 전세를 찾지 못하는 세입자는 다가구·연립이 많은 석촌동, 삼전동, 송파동에 몰리면서 이 지역 다가구 전셋값도 2000만원 가량 올랐다.
서초구 잠원동 하나공인 관계자는 “잠원동 한신아파트는 9월 중순부터 가격이 올라 전용 84㎡는 전달보다 평균 5000만원가량 오른 4억7000만원 선에 거래된다”며 “전형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다 보니 집주인 중에서는 터무니없이 전셋값을 올리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단지 주변에서 전셋집 구하기를 포기한 수요자들은 경기 남양주나 성남 등 수도권 외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곳 전셋값은 1억5000만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올해 역시 전세난 조짐이 일다 보니 재계약 사례가 많아 기존 세입자가 전셋집을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전셋값이 내려가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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