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뒤 산불진화헬기 2대 중 1대는 가동중단…산불 ‘비상’

박진환 기자I 2023.09.18 14:29:05

러·우 전쟁 장기화에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 부품조달 차질
산불진화헬기 가동률 내년 70%서 2026년 46%까지 떨어져
대형·일상화된 산불로 내년 봄 산불기간 중 진화체계 위기
산림청 369억들여 임차헬기 7대 긴급도입…대책마련 시급

산림청의 산불진화 주력 헬기인 러시아산 카모프(KA-32)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우리나라의 산불 진화 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여파로 당장 내년부터 산불진화헬기의 가동률이 70%대로 떨어지는 것을 계기로 3년 뒤인 2026년이 되면 46%대로 급락, 헬기 2대 중 1대는 운용이 불가능해진다. 국토교통부, 산림청, 해양경찰청, 소방청 등에 따르면 산림청이 운용 중인 산불진화헬기는 이달 기준 모두 48대로 이 중 60.4%인 29대가 러시아산 카모프(KA-32)다. 카모프 헬기는 산림청 외에 해양경찰청, 소방항공대, 국립공원관리공단, 경기도, 경북도, 울산시 등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산불진화와 인명구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對)러시아 경제 제재로 부품 수급이 불가능해지면서 카모프의 가동률 저하가 심각한 상황이다. 또 카모프 10대 중 7대 이상이 20년 이상된 ‘경년(經年) 항공기’이다. 산불이 잦고, 동시다발로 발생하면 비행 시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어 그만큼 정비 부담이 커지게 된다. 미국과 유럽산 헬기는 국가 인증을 통해 대체품을 인정·사용할 수 있지만 러시아 제품은 전량 수입이 불가피하다. 헬기는 10년마다 대점검을 받아야 하지만 러시아 기술자의 방한이 어려워지면서 점검 대상인 카모프들이 정비를 마치지 못한채 다른 헬기의 부품으로 재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카모프 기종의 부품 돌려막기로 올해 산불을 버틴 셈이다.

미국산 에어크레인(S-64) 초대형 산불진화헬기가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올해 봄철에는 예년보다 동시다발적인 산불도 늘어 산불진화 헬기 운용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올해 1~9월 산불 발생은 모두 529건으로 전국에서 모두 4969㏊의 산림에 피해를 입혔다. 이 중 대형산불은 모두 8건에 3769㏊의 산림을 태웠다. 특히 기후변화 등으로 산불의 대형·일상화 현상은 심해지고 있으며,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과 캐나다, 스페인, 그리스 등 전 세계적으로 초대형 산불 위험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봄철에도 올해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산불진화헬기를 더 늘리거나 가동률을 높여야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카모프 헬기 29대 중 올해 운영 중인 헬기는 24대이며, 부품 수급 문제로 내년부터 14대, 2025년 8대, 2026년에는 0대로 가동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전망이다. 이에 산림청은 미국산 에어크레인(S-64) 등 초대형 헬기 비중을 늘린다는 복안이지만 2026년까지 늘릴 수 있는 헬기는 6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6년이 되면 산림청은 모두 54대의 산불진화헬기를 보유하게 되지만 이 중 카모프 29대를 제외하면 가동 가능한 헬기는 25대에 그친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산림청은 긴급 예비비 369억원을 확보해 내년 봄 산불대책기간에 맞춰 모두 7대의 헬기를 임차 방식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새롭게 임차하는 헬기는 담수량 8000ℓ급 이상 대형헬기 5대와 3000ℓ급 이상 중형헬기 2대이다. 산림청은 관련 예산이 확보된 만큼 신속히 기종 선정과 계약을 위한 절차에 착수해 내년 봄철 산불조심기간 전에 헬기 도입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신속히 헬기도입 절차에 착수해 내년 봄철 산불진화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겠다”며 “대형산불이 발생하면 지자체, 군, 경찰, 소방 등 유관기관이 보유한 헬기 등 진화자원을 총동원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관련 전문가들은 “그간 한국이 산불진화헬기를 러시아산 카모프로 편중 운영하면서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게 됐다”며 “결국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특정국가의 기종에 집중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지만 최근 몇년전부터 미국산 헬기를 집중적으로 구매하면서 향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대응능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어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장비 구매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