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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함정선 김가영 기자] 7년 만에 한국을 찾은 넷플릭스의 최고경영자가 콘텐츠에 3조 원이 넘는 투자 보따리를 풀었지만, 망 이용대가에 대해선 낼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해 이와 관련한 논란은 지속할 전망이다.
이번 투자로 작품이 흥행해도 창작자에 보상하지 않는 등 넷플릭스가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줄어들 수 있겠지만, 네트워크에 부담을 주면서도 망에 대한 대가나 투자 없이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해서다.
◇4년간 3조 투자…“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기여”
넷플릭스의 공동 CEO인 테드 서랜도스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4년 동안 2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이는 2016년부터 지금까지의 투자액의 두 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의 콘텐츠 생태계를 지원하기 위해 보상 제도와 교육 등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서랜도스 대표는 “더빙, 자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창작 생태계를 지원하고 한국의 콘텐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한 한국 콘텐츠 총괄은 “창작자에 대한 보상도 있고 배우에 대한 출연료도 있으며 스태프에게 돌아가는 것도 될 수 있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온 작품의 다음 시즌을 이어갈 수도 있고 카메라 앞과 뒤에 일하는 모든 사람이 투자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전 세계 회원 중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했으며, 지난 4년 동안 한국 콘텐츠 시청자 수가 6배 증가한 만큼 한국 콘텐츠는 넷플릭스의 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랜도스 대표는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며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 콘텐츠 생태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망 이용대가 논의…투자 확대와 맞물려 재점화 전망
하지만 서랜도스 대표는 망 이용대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망 이용대가 납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기업과 네트워크 사업자는 좋은 프로젝트를 위해 협력해야 하며,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자체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를 구축하고 망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랜도스 대표는 “넷플릭스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을 위해 10억 달러를 오픈커넥트 시스템에 투자해 네트워크 전송을 용이하게 했으며, 앞으로도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자체 CDN인 오픈커넥트는 자사 트래픽 분산을 위한 것이지, 넷플릭스 콘텐츠가 망에서 일으키는 막대한 트래픽에 대한 사용 비용은 아니다.
유럽 연합(EU)에서는 넷플릭스와 구글 등의 빅테크 기업들이 망 이용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넷플릭스와 국내 통신사 간에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송이 진행 중이며, 망 이용대가 관련 법안이 7건이나 국회에 상정돼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망 이용대가 논의는 유명 유튜버들을 앞세운 빅테크의 여론전에 밀려 소극적으로 종결되었지만, EU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논의가 본격화하고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 투자가 본격화하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예정이지만, 사용자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해 적용할 계획이다. 서랜도스 대표는 “계정 공유 방식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지만, 글로벌로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해달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5월부터 미국에서 가구 구성원이 아닌 타인과 계정을 공유하려면 추가 요금을 내도록 하며 계정 공유를 사실상 금지하고 나섰다. 국내에서는 해당 정책을 언제 시작할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