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올해 7월 경상수지가 10개월 만에 최대 흑자를 보였다. 어느덧 6년5개월(77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 행진이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팔아 번 외화(수출)와 지급한 외화(수입)의 차이다.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된 것은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 폭이 커지고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이 증가하며 서비스수지가 개선된 덕이다.
차곡차곡 쌓이는 경상수지 흑자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을 지탱하는 힘으로 꼽힌다.
◇6년 넘도록 ‘사상 최장’ 경상흑자 행진
한국은행이 6일 내놓은 국제수지 잠정치를 보면, 7월 경상수지는 87억6000만달러 흑자를 보였다. 전월(73억8000만달러)은 물론 전년 동월(72억5000만달러)보다 흑자가 확대됐다. 지난해 9월 122억9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의 최대치다. 경상수지는 지난 2012년 3월 38억1000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흑자 모드다.
노충식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당초 전망보다 높았고,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도 그렇다”며 “조사국의 전망 수준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는 296억5000만달러 규모다. 한은 조사국의 전망치(285억달러)보다 높았다. 국제적으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도 결국 경상수지 흑자 덕이라는 관측이 많다.
경상수지 개선은 상품수지에서 찾을 수 있다. 7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114억3000만달러. 이 역시 지난해 9월(149억8000만달러) 이후 최대다. 7월 국제수지 통계상 상품수출 규모는 540억6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9월(540억7000만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으로 따져보면 1년9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는 세계 교역 회복세 흐름을 타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액(통관 기준)은 10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1% 늘었다. 석유제품(45.4%↑)과 철강제품(32.8%↑) 등 다른 제품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
◇‘반도체 편중’ 우려도…선박 등은 부진
서비스수지도 다소 개선됐다. 7월 31억2000만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32억9000만달러)보다 그 폭이 줄었다.
특히 서비스수지를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여행수지 적자 폭이 감소했다. 7월 14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17억9000만달러)과 비교해 개선됐다.
출국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중국·일본인 관광객 입국자 수가 급증한 영향이다. 한은에 따르면 7월 내국인의 출국자 수는 249만5000명으로 지난해 7월(238만9000명) 대비 4.4% 늘었다. 중국인 입국자 수와 일본인 입국자 수는 무려 45.9%, 35.1% 각각 증가했다. 중국의 사드 관련 조치에 따른 기저효과와 북한 리스크 완화에 따른 우호적인 방한 여건 때문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다만 ‘반도체 편중’은 여전히 리스크라는 지적도 나온다. 선박(-73.6%↓), 가전제품(16.2%↓), 승용차(-13.8%↓) 등 전통의 주력 제품군의 수출액은 마이너스(-)의 늪에 빠져있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