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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정부 서울청사에서 제13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를 열고 서울 7곳을 포함해 총 99곳의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을 의결했다. 작년에는 서울을 배제했지만 올해에는 포함한 것이다. 공교롭게도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시기에 대상지 선정이 이뤄져 특위의 고민도 깊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8월 넷째주(8월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 대비 0.45% 올라 통계집계를 시작한 지난 2012년 5월 이후 주간 상승률로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전면 보류와 서울 내 투기지역 추가 지정 등 각종 대책 약발도 안 먹히는 상황에서 서울에 도시재생 지역을 선정하면 집값에 더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특위는 이에 따라 서울 도시재생 후보지 10곳 중에서 중앙정부 선정 몫으로 올린 동대문구 장안평, 종로구 세운상가, 금천구 우시장 등 3곳을 선정에서 제외했다.
장안평 사업은 동대문구 답십리동과 장안동, 성동구 용답동에 걸쳐 있는 중고차 매매 단지를 현대화해 자동차산업을 제외하고 모빌리티 융합캠퍼스, 스마트팩토리를 조성하는 데에 총 4조1535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종로구 세운상가 사업은 세운상가 일대를 인쇄산업 거점으로 만들고 세운4구역가 세운3-2구역 도시환경정비 사업까지 병행하는 것으로 1조6632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 금천구 우시장 역시 1314억원이 투입되는 사업으로 전통 우시장을 현대화해 상권을 활성화하고 4차 산업기반 제조업과 창업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들 사업은 인근 부동산 시장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 선정을 일단 보류한 상태다.
대신 절대적으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 곳은 주거복지 차원에서 포함했다. 중랑구 묵2동, 서대문구 천연동, 강북구 수유1동, 은평구 불광2동, 관악구 난곡동, 동대문구 제기동, 금천구 독산1동 등 7곳이 도시재생 대상지에 이름을 올렸다. 이곳은 일반근린형·주거지원형·우리동네살리기형으로 사업 규모가 125억원에서 최대 770억원 수준으로 소규모다.
주로 주차장, 쓰레기처리장, 도서관, 체육관, 마을관리소, 어린이놀이터, 생태공원 등 주민의 주거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시설 확충과 노후주택 개선, 임대주택 건설, 골목상권 활성화, 범죄예방 거리디자인 도입 등이 추진된다.
일단 지역 분위기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형이 배제된 만큼 서울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경제기반형과 중심시가지형은 앵커 시설이 들어서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에 호재가 되겠지만 이번에 선정된 서울 도시재생 사업은 낡은 주택을 바꾸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수준”이라며 “사업비 규모도 적은데다 몇 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작은 개발도 호재로 받아들이는 현재 부동산 시장 분위기상 일부 심리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도시재생을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구별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미미하나마 부동산 시장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며 “부동산 시장 자극을 피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이 도시재생 대상지의 성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 설명하고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김이탁 국토부 도시재생사업기획단장은 “한국감정원, 지자체와 함께 도시재생 신청지역 뿐 아니라 인근 지역까지 동별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사업 신청, 선정, 착수 단계에서 시장이 과열되는 현상이 나타나면 사업대상에서 즉시 제외하고 다음 해 뉴딜사업 선정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뉴딜사업 선정물량에 제한을 두는 식의 페널티를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