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간밤 국제유가가 7% 이상 급락하며 정유화학과 항공주 움직임이 두드러질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시장은 유가하락에는 무덤덤했다. 물론 정유화학주는 내렸고 항공주는 올랐지만 예상보다 큰 폭은 아니었다.
변수는 다른 곳에 있었다. 상반기 우리 증시를 이끌어오던 제약·바이오·화장품주가 일제히 폭락했다. 특별한 악재도 없다. 그동안 많이 올랐으니 이제 팔 때도 되긴 했지만, 너무나 급작스럽다.
7일 오후 1시35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일대비 1.02% 하락한 2033.03에 거래 중이다. 장 초반 보합권에서 등락을 반복하다 하락폭을 키워가고 있다.
같은 시간 제약주 대장주격인 한미사이언스(008930)은 19.67% 내려 앉았다. 전날까지 8거래일 동안 무려 64.3%가 올랐던 터였다. 일양약품(007570)은 21.76% 급락했고, 대웅제약(069620)도 16.53% 하락했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14.02%), 한독(002390)(13.29%), JW중외제약(001060)(12.62%)도 모두 오전에만 10% 이상씩 하락했다.
최근 급등세를 이어가던 우선주들도 예외는 없었다. 일양약품우(007575) 22.43%, JW중외제약우(001065) 19.62%, 유유제약2우B(000227)는 6.13% 줄줄이 급락했다. 제약주 하락에 의약품업종도 10.67% 빠져 전 업종 최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 상장 의약품 기업 중 슈넬생명과학(003060)(20.24%), 영진약품(003520)(3.67%) 두 곳을 제외하고 모두가 하락하고 있다.
화장품주도 급락했다. 같은시간 아모레퍼시픽(090430)은 12.53% 빠졌고, 아모레G(002790)도 17.81%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그리스 사태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그동안 많이 올랐다는 심리가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중국정부가 대규모 추가 부양책을 펼쳤음에도 증시에는 뾰족한 영향을 못미쳤고,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다가오면서 그동안 주가 상승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조정장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강현기 동부증권 수석연구원은 “일반적으로 고밸류에이션 주식은 금리인상기에 취약하다”며 “제약과 바이오, 화장품 등 고밸류 주식들이 그동안 미뤄왔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하며 현실 조정국면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밸류 주식들이 금리인상을 앞두고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은 과거부터 있어왔다. 다만 수급요건과 시장의 우려 등이 맞물려 오늘 일어난것일 뿐”이라며 “미루고 미루다 늦게 반응한 만큼 그 효과는 과격하다”고 덧붙였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불안요소가 커지고 있는데다 리스크를 필사적으로 회피 중”이라며 “최근 제약·바이오가 너무 흥분해 있는 상태라 일시 조정이 있는 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