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500원(2.88%) 내린 8만4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주일(15~19일) 사이 단 1%의 변동 없는 보합 마감을 기록하며 코스피의 하락률(2.15%)보단 양호한 성과를 거뒀지만, 주가가 되물림 했다는 점에선 웃을 수 없는 한 주였다.
특히 삼성전자의 주가를 끌어올리던 외국인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는 게 뼈아팠다. 일주일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1642억원 팔았다. 뉴욕증시에서 ‘순환매 장세’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그동안 급등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종목을 팔고 저평가된 은행주가 상승하자 국내 증시도 이 같은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미국 바이든 정부가 네덜란드 ASML과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동맹국의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계속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기술 접근을 허용할 경우 미국이 가장 엄격한 무역 제한 조치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방침을 동맹들에 밝혔다는 소식도 하락세의 원인이 됐다 .
공화당의 대선 후보이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1월 선거에서 우위를 점한 점도 우려를 가중했다. 보호주의 무역을 강조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만을 거론하며 “우리에게서 반도체 사업을 빼앗았다. 그들은 엄청나게 부유하고 보험회사에 돈을 내듯 대만은 방어를 위해 우리에게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은 8월 엔비디아의 HBM 인증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16일 “삼성전자 공급망에 있는 여러 대만 기업이 삼성전자 HBM3E 제품이 곧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3분기에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 예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공급망 파트너 중 일부는 최근 가능한 한 빨리 주문하고 용량을 비축하라는 정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HBM3E가 하반기에는 출하를 시작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대만 메모리 공급망 관련 소식통은 오는 31일 열리는 삼성전자 실적 발표에서 HBM 인증소식을 알릴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엔비디아는 잇단 고평가 논란 속에서도 AI붐을 이끄는 선도업체다. 주가 과열 논란이 나올 때마다 실적으로 이를 잠재우고 있다. 최근 순환매 장세에서도 TSMC의 실적이 엔비디아의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대만 TSMC는 지난 18일 2분기(4∼6월) 순익이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한 2478억대만달러(약 10조5000억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분석업체 LSEG의 예상치 2388억 대만달러(약 10조1200억원)를 뛰어넘은 것이다. TSMC는 엔비디아의 주요 공급업체로,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글로벌 그래픽처리장치(GPU) 반도체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는 등 AI 반도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즉, 예상치를 웃도는 TSMC의 실적을 통해 상당한 AI 수요가 확인된 셈이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에 삼성전자가 HBM을 납품하게 되면 실적 탄력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10만원대로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가 예상하는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10만9760원이다. 보통 6개월 내진 12개월 후 주가를 목표주가로 두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상승동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고객사는 급증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HBM 공급 업체를 늘리고 싶어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에게는 기회가 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견조한 메모리 업황과 HBM 신규 고객사 확보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현재 주당순자산가치(PBR) 1.44배는 동종업체들 대비 현저히 저평가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