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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경영평가 ‘낙제’에…한전, 반납할 성과급 사라져

김형욱 기자I 2023.06.16 18:17:03

[2022경평]재무성과 강조에 예견된 낙제점
재무위기 한전, D 받아 성과급 못 받게 돼
에너지공기업 수난속 ‘흑전’ 서부발전은 A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015760)공사가 정부의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낙제점(D)을 받았다. 최악 재무위기 속 차장급(3직급) 이상 직원의 올해 성과급·임금인상분 반납 계획을 확정하고, 이를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자 노사 협의가 진행 중이었으나, 반납할 성과급 자체가 사라졌다.

다른 에너지 공기업도 대체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가운데, 서부발전은 지난해 흑자전환에 힘입어 전년보다 두 단계 오른 ‘A’를 받았다. 다만 서부발전을 비롯한 발전 공기업은 모회사인 한전의 어려움을 고려해 2급(부장) 이상 고위직급의 성과급 상당 부분을 반납기로 했다.

서울의 한 한국전력공사 영업지점. (사진=뉴스1)
◇역대 최대 영업적자 속 한전, 작년 성적표 ‘D’

기획재정부는 16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8차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이하 경평) 결과와 후속조치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130개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매년 경평을 진행해 S·A·B·C·D·E 6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이를 각 기업·기관 임직원의 성과급과 급여인상률에 반영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특히 에너지 공기업의 부진이 두드러졌다. 특히 한전은 지난해 C에 이어 올해 D를 맞으며 올해 2만여 직원이 모두 성과급을 아예 받지 못하게 됐다. 공기업·공공기관은 급여 중 일부를 경평 결과에 따른 성과급으로 받고 있는 만큼 사실상의 급여 삭감이다.

한전의 올해 경평 ‘낙제’는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경평 과정에서 재무성과를 강조하면서 이미 예견된 결과다. 국내 전력 공급·판매를 도맡은 공기업 한전은 재작년 말 시작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여파로 발전 원가가 치솟으며 지난 한해 32조6000억원이란 역대 최대 규모의 천문학적 적자를 낸 바 있다. 지난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전기요금을 40%가량 올렸으나 예년의 두 배 이상 치솟은 원가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전은 지난달 정부에 재무개선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하며 비노조원인 차장급(3직급) 이상의 올해 성과급을 반납기로 하고, 과장 이하 전 직원의 성과급 반납을 위해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이었다. 그러나 이번 경평에서 D를 받으며 반납할 성과급 자체가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경평 성과급은 통상 C 이상부터 S까지 차등 지급하되 D 이하부터는 없다.

(자료 = 기재부)
◇다른 에너지 공기업들도 수난…서부발전만 ‘A’

한전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은 희비가 엇갈렸다. 동서발전은 지난해 S에서 B로, 남부발전과 중부발전도 A에서 C로 2단계 하락했다. 남동발전도 A에서 B로 한 단계 내렸다. 그러나 서부발전은 지난해 C에서 올해 A로 2단계 상승했다. 영업손익이 재작년 450억원 적자에서 지난해 2292억원 흑자로 전환한 게 경평 등급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년 연속 B를 받았다.

다만, 이들 발전 공기업은 한전 그룹사 전반의 재무위험 상황을 고려해 성과급을 임원은 50%, 1~2직급(부장 이상)은 25% 삭감하기로 했다. 정부는 특히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수원과 남부발전 임원에 대해선 나머지 50%의 성과급도 전액 반납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전력 외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한국가스공사는 2년 연속 C를 유지했다. 석유공사는 C에서 B, 석탄공사는 D에서 C로 각각 한 단계 상승했다. 반면 광해광업공단은 B에서 C로 한 단계, 지역난방공사는 A에서 C로 두 단계 내렸다.

그밖에 산업부 산하 공기업·공공기관 중에선 서부발전과 함께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올해 최고 등급인 A를 받았다. 올해는 130여 전체 경평 대상 중 S를 받은 곳은 없었다. 반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2년 연속 D를 받으며 공운위가 정부에 기관장 해임을 건의하기로 했다. 또 △한국가스기술공사 △한전기술 △한전KPS △가스안전공사 △석유관리원 △원자력환경공단 △전기안전공사 △전력거래소는 각각 B를, △한전KDN △산업기술진흥원 △에너지공단은 각각 C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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